전직(前職)이 방송작가인 덕분에 글쓰기와 관련한 수업 요청이 종종 들어온다. 돌아오는 이번 봄학기에도 타 대학에서 글쓰기 특강이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챗GPT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챗GPT 문제를 걱정하는 대학 교수들의 글을 종종 접하였지만, 사실 나는 챗GPT에 무관심했다. 그런데 지난달, 친한 지인으로부터 챗GPT의 실력과 빠르기가 아주 놀라웠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또 직접 경험하게 되면서 걱정이 물밀 듯 밀려오기 시작했다. 챗GPT에 접속해 보았는데 정녕 챗GPT의 실력이 대단히 놀라웠기 때문이다. 챗GPT는 웬만한 과제는 물론 드라마 글쓰기까지 가능하다.
챗GPT가 등장하기 전, 대학에서 학생들 과제 평가의 주요 문제는 표절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레포트 전문 사이트에서 다운받은 과제를 색출해야 하는 경우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챗GPT가 등장하면서 선생들의 고민은 표절이 아닌 챗GPT로 만들어진 과제를 어떻게 구별해낼 것인가로 옮겨졌다. 나부터 당장 그러하다. 물론 챗GPT가 곧 유료화로 전환될 것이라 하고, 챗GPT로 작성된 문서를 적발할 수 있는 툴이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기보다 강의실에서 직접 글쓰기를 하도록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강의실에서 글쓰기는 숙고(熟考)의 시간을 마음껏 제공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면, 글쓰기 수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 것인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평소에 학생들 글쓰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을 해왔던 터였다.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는 그 자체를 평가하기보다, 글쓰기에 대한 평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엉망'인 경우를 왕왕 만나기 때문이다. 끝맺을 때 사용하는 마침표(.)가 무시되는 문장이 있고, 문단 나누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눈에 보이는 글쓰기 잘못을 그냥 넘기자니 선생으로서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일일이 체크를 하다 보면 과제를 평가하는 시간이 배로 늘어난다. 하지만 그러한 수고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괜찮다. 문제는 해를 넘길수록 글쓰기 자체를 싫어하는 학생들이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요즘 대두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문해력 문제는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글쓰기와 연관된 직업을 가진 나도 글쓰기 작업은 늘 어렵다. 그래서 학생들이 느낄 챗GPT에 대한 강력한 유혹을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글쓰기를 통해 사고(思考)의 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챗GPT에 대한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 반면, 챗GPT를 어떻게 하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떠오른다. 지금의 속도로 보면, 챗GPT와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지금 당장은 챗GPT가 만든 문장을 잡아낸다는 Detector 프로그램 설치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 개강이 머지않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