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암 환자라면 어떤 병원을 선택할까? 어떤 치료를 받기 원할까?"
통합의학적 치료로 암 환자 회복, 삶의 질 관리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어느 한방병원 S 대표원장이 지난달 내게 요청했던 임직원 대상 강의 주제다. S 대표원장은 암 환자를 위해 병원 의료진과 스태프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암 경험자의 입장에서 솔직하게 말해 달라고 했다.
암 환자 모두가 원하는 것은 완치다. 최고 실력을 가진 대학병원 의사에게서 치료를 받기 원한다. 그런데 대학병원은 암 완치 과정에서 필요한 삶의 질 관리, 건강관리까지 다 해 주지 못한다.
그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 지난달 내가 강의했던 한방병원 같은 1, 2차병원(한방병원 포함)이다. 1, 2차병원은 대학병원에서 수술, 항암치료 등 암 표준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치료 후유증을 줄이고 떨어진 면역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의사와 한의사가 보완통합의학적 치료, 관리를 제공한다.
사실 내가 대장암 치료를 받았던 2008년만 해도 대학병원에서 수술, 항암치료 등이 끝난 뒤 보완치료, 삶의 질 관리를 받을 수 있는 1, 2차병원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암과 관련된 책, 인터넷 자료를 뒤져가며 내게 맞는 회복 프로그램을 짜고 실천했다. 식이요법, 운동, 숲 걷기, 숙면, 족욕, 명상, 웃음치료, 스트레스 줄이기 등 면역력 회복에 필요한 것이라면 뭐든지 했다.
지금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을 가르쳐 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쉽게 접할 수 있고, 효과가 검증된 암 보완치료, 면역 관리를 해 주는 곳이 꽤 많아졌기 때문에 암 환자들의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물론 비용, 치료 효과 등 이것저것 따질 게 많은 환자들을 만족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S 대표원장이 '암 환자가 원하는 병원, 치료'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최근 3년 사이 암 진단을 받고 1, 2차병원 입원을 고려했거나 입원치료 경험이 있는 지인 10여 명에게 암 요양병원이나 1, 2차병원을 선택할 때 어떤 게 중요한지 물어봤다. 뜻밖에도 "밥"이라는 대답이 많았다. 대부분 여성 암 환자였는데, '남이 해 준 맛있는 밥'이 그리운 이유를 들으니 마음이 짠했다. 암 치료 중에도 아내, 엄마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입원하면 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분들은 또 "항암-방사선 치료 부작용을 줄이거나 면역력을 높여주는 치료, 심신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깔끔한 시설, 의료진과 직원들의 친절한 태도, 힐링 요소를 갖춘 주변 환경도 병원 선택의 주요 고려 사항이었다.
S 대표원장은 내 얘기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자신이 생각했던 암 환자 친화적 병원 모델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듯했다. 다른 병원에는 없는, 자신의 가치와 삶의 비전을 담을 수 있는 병원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15년 전 내 투병 시절을 떠올렸다. 그리고 "환자들이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휴~' 하고 내쉴 수 있는 분위기, 환자들이 가족과 함께 집에서 지내는 듯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병원을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의료진과 스태프가 환자와 눈을 맞추고, 함께 웃고 함께 눈물 흘려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뜻대로 될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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