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봄, 전염병으로 닫혀 있던 삶도 마스크와 함께 열리자 사람들의 환한 미소가 봄꽃처럼 소생하기 시작했다. 때를 맞춰 전국 도서관들도 새롭게 개장을 하여 눈길을 끈다. 과거의 도서관은 공부하는 장소, 침묵하는 장소, 경건한 장소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면 최근 조성되는 도서관들은 그와는 전혀 다른 결을 보여준다. 가장 큰 차이점은 정보의 기록과 저장의 일반적 테마에 더하여 차별화된 콘텐츠를 적용하고 있는 점이다. 더불어 기존 도서관의 폐쇄성에 반전을 가하여 열린 도서관으로 조성하고 있는 점이다.
전주시는 책도시라는 시정 개념을 적용하여 도서관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다. 제일 먼저 만나는 도서관은 책기둥도서관인데 전주시청 안에 위치하고 있다. 시청 진입 공간의 기둥들을 서고로 조성하여 책기둥이라 부른다. 1층에 카페테리아와 함께 조성되어 있어서 차를 들고 2층에 올라 대화를 나누며 책을 볼 수도 있다. 1층 한편은 아이들과 부모가 같이 책을 볼 수 있다. 첫마중길여행자도서관은 전주역과 인접한 위치에 조성해서 여행객이 처음 들렀을 때 책으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두 개의 컨테이너박스를 이용한 작은 도서관인데 해외 예술도서들을 타센 출판사와 계약하여 제공받고 전시한다. 전북대와 인접한 연화정도서관도 인상적이다. 연꽃숲을 이루는 연못 부지 위의 구름다리를 넘어가면 기역자 모양의 한옥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한옥이라는 정취와 함께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면서 독서를 하다 보면 이보다 좋은 힐링이 없다. 그 밖에도 금암도서관은 전주시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고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은 산속에서 시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조성된 작은 도서관이다.
의정부미술도서관도 인상적이다. 미술 전문 도서관으로서 시민의 사랑을 한껏 받고 있다. 달팽이 모양의 중앙 계단을 타고 오르면서 각 층별로 전시된 도서들을 만끽할 수 있다. 내부 공간 자체가 미술 도서관을 의도해 흰 바탕으로 조성되었고 공원 방향으로 큰 창을 만들어 확장되고 열린 공간감을 체험케 해준다. 도서관에서 창호 계획은 조도 관리 문제로 상당한 고려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공간적 적용은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근대 도서관은 평양 대동서관이 효시였다. 일제강점기 때 경성도서관이 최초 공공도서관으로 건립되어 현재의 종로도서관으로 남아 있다. 문화통치 시기 약 45개의 공공도서관이 건립되었다. 해방 후 도서관 문화는 일제강점기의 체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그 결과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진 도서관 문화와 큰 격차를 보였다.
국가를 하나의 큰 유기체로 생각했을 때 지식정보체계인 도서관이 국가, 시도, 구군, 마을 도서관 단위로 그 체계와 연계가 인구 구성과 도시라이프에 맞춤형이 되어 효율적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도서관의 기본 기능과 커뮤니티 기능이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 일본 건축가 캔고쿠마가 설계한 “구름 위의 도서관” 사례에 주목하게 된다. 마을 도서관 건립을 통하여 관광객이 늘어나고 지역 인프라가 확장된 사례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방도시의 노령화와 균형발전의 어려움, 인구감소를 체감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체계적이고 시민과 호흡하는 이색적인 도서관의 등장은 좋은 신호이며 크게 환영하고 응원할 일이다. 오늘 우리 마을에 어떤 도서관이 있는지 꼭 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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