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사는 방식을 잘 표현하는 것 중 하나는 '편도 항공권을 끊는 삶'이다. 한번 출국하면 거기서 다른 나라로, 또 다른 나라로 계속 이동하기 때문이다. 왕복 항공권을 살 일이 자주 없다. 대신 원활한 무비자 입국을 위해 새로운 곳에서 다른 나라로 나가는 표까지 미리 결제해둬서 다음과 그다음 목적지까지는 어느 정도 정해진 경우가 많다. 간혹 체크아웃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정말 바빠서 탐색할 여유가 없거나, 날씨를 비롯해 가려는 곳의 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 그리고 어떠한 흥미도 생기지 않는 경우 등의 이유로 이동이 여의찮을 때는 체류 연장을 고려한다.
많은 국가가 90일의 무비자 체류를 허용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므로, 사전 탐색 과정에서 관광객 신분으로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을 꼭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올해 초만 해도 베트남 여행을 준비하며 30일 비자 발급만 가능함을 알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한 달 만에 나와야 했던 게 아쉬워 6월에 다시 갈 준비를 하던 도중 베트남에서 전자비자 체류 기간을 최대 90일로 연장하기로 확정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얼마나 반가워했는지 모른다.
디지털 노마드 신분으로 체류지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현지 날씨와 인터넷 속도다. 여름 더위와 겨울 추위에 맞춰 지내는 게 재미있지만, 반대로 더운 날씨에 시원한 지역을 찾아가고 추운 날씨에 따뜻한 곳으로 가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특히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라 불리는 태국 치앙마이는 건기인 11월부터 1월까지 날씨가 맑고 따뜻해서 벌써 세 번이나 겨울을 보내러 다녀왔을 정도다. 쾌청한 하늘을 만끽하며 일과 산책을 병행하다 보면 두 달, 석 달도 길지 않게 느껴질 만큼 만족스러웠다.
인터넷은 업무 처리 속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어서 탐색 중인 도시에서 실제로 일하며 체류해본 디지털 노마드의 경험담, 그리고 인터넷 속도 측정 결과를 알 수 있는 노마드 리스트(nomadlist.com)와 스피드 테스트(www.speedtest.net)를 참고한다. 특히 노마드 리스트는 그 도시에서 지내본 디지털 노마드의 평가를 반영해 날씨, 인터넷 속도,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보여줘서 결정에 많은 도움이 된다.
또 하나 미리 확인해보는 건 다음 체류지로 가는 방법이다. 스페인에서 포르투갈로 넘어갈 때 아무 검사 없이 버스로 국경을 넘어갔던 것과 달리, 발칸반도에서는 옆 나라로 가기 위해 장시간 버스를 이용하거나 원하는 날짜에 갈 수 없던 적도 있어서 사전에 이용 가능한 방법을 충분히, 다양하게 탐색해둔다. 단순히 여행만 했을 땐 여행지에서의 변수가 낭만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돈만큼이나 시간과 체력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처지가 되었으므로 적절한 가격대와 소요 시간의 이동 수단을 찾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머무는 곳이 곧 일터도 되므로 늘 체류지를 까다롭게 따져 고른다. 물론 좋을 거라 예상했던 도시에서는 실망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높은 만족감을 느꼈던 경험 때문에 섣불리 예상하고 배제하기보다 최대한 다양하게 가보겠다는 마음으로 다음 살 곳을 찾아본다.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게 머리 아픈 과제처럼 느껴져도 탐색의 시간을 즐길 수밖에 없는 건 디지털 유목민인 우리의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이자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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