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관악S밸리 센터장을 맡아 서울대 인근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관악S밸리는 서울 관악구를 대학, 기업, 지역이 상생하는 벤처 창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박준희 관악구청장의 의지에 따라 운영되는 스타트업, 벤처기업 육성지원 기관이다. 7개 건물에 31개 회사가 입주해 있는데 저렴한 임대료 등 각종 지원 혜택을 주고 있다.
매일 입주 기업 대표들을 만나 임대시설 이용에 불편함은 없는지, 회사를 운영하고 성장시키는 데 특별히 도와줄 일은 없는지 듣고 있는데, 뜻밖의 사람을 만났다.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로,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최인철 교수다.
대장암 3년 차였던 2011년, 나는 당시 직장이었던 일간신문에 '암환자로 행복하게 살기'라는 제목의 칼럼을 연재했는데, 칼럼을 읽은 최 교수가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강의를 부탁한 게 계기가 돼 행복을 주제로 그와 생각을 나눈 적이 있다.
그 이후 행복한 삶, 마음 건강, 마음 관리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강의 등으로 열정적인 인플루언서 활동을 펼치는 최 교수를 응원해 왔는데, 굿라이프랩이라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그를 학교 연구실이 아닌 스타트업 사무실에서 만난 것이다.
최 교수는 "일상생활 중 사람들의 행복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과 행복을 느끼는 정도를 진단하고 각 사람이 잘 실천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행복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회사 소개를 했다.
그는 심리학 전공 전문가 그룹과 함께 번아웃 세부검사, 긍정리더십 검사, 가족 멘털 검사 등 12개의 마음건강 진단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다. 기업, 공공기관의 임직원 멘털 건강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웰니스 플랫폼도 곧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나도 최 교수와 같은 꿈을 이루고 싶어 회사를 만들어 이런저런 시도를 해왔다. 역부족으로 아직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지만, 최 교수가 하려는 일의 의미와 사회적 가치, 비전에 정말 공감하기에 최선을 다해 그를 응원하려고 한다.
관악S밸리에서 만난 스타트업 대표 중 내가 응원하고 싶은 또 다른 한 사람이 송슬옹(30) 고이장례연구소 대표다. 서울대 경제학과·벤처경영학과를 복수전공한 그는 스타트업 대표이자 장례지도사다. 대학 때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던 송 대표는 잘 나가는 벤처회사를 다니다가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해!'라는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지 못하고 맞춤형 장례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장례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를 그에게 물어보았다. "저를 키워 주신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는데, 남들 하는 대로 장례식을 치르고 난 뒤 사별의 아픔을 이기지 못해 꽤 오랜 시간 헤맸어요. 애도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던 것 같아요."
'유족들이 고인을 잘 모시고 마음을 추슬러 일상으로 잘 복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례지도사.' 그게 송 대표의 꿈이었다. 대학 재학 중 아버지 뒤를 이어 2대째 장례지도사가 된 그는 장례식장에서 상주들과 함께 울다가 오히려 위로를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그는 신뢰할 수 있는 장례지도사와 유족을 직접 연결해 준다. 유족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과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장례지도사는 안정적으로 일할 기회를 얻는다. 송 대표는 장례 이후에도 유족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심리상담 서비스 등을 준비하고 있다.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기에 그에게 더 마음이 간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