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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밀착 이후 '대중국 방향키'

입력
2023.05.09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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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주 서울 한일 정상회담에서 '가치외교'와 '한미일 밀착'을 명확히 한 윤석열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어떤 구상과 해법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대두되고 있다.

근년 한중관계 역학을 반추해보면 중국은 한국의 적극적인 관계 개선 구애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하지 않은 때도 있었다. 바로 전임 문재인 정부였다. 반면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보수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천안문(톈안먼) 망루에 박 대통령을 오르게 하기 위해 중국이 외교 노력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이러한 중국의 외교 문법이 적용된다면, 현재 '성장통'을 겪고 있는 한중관계 정상화도 결국 중국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중국이 움직임으로써 그 동력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 외교가 주도적 역할을 펼칠 공간의 부재를 의미하기보다는, 국제관계의 현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호주와 중국의 악화되었던 관계가 최근 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결국 중국이 스스로 몽니를 거두고 관계 개선으로 외교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중국 스스로의 필요와 실리에 따른 것이다. 호주는 악수의 손길을 계속 내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스스로의 원칙을 굽히지도 않았다. 이는 한국에도 시사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의 안보 협력 강화가 중국의 역린을 건드린다고 우려하는데, 현 상황에서는 한미 동맹을 중국을 상대하는 지렛대로 오히려 활용하는 역발상도 필요하다. 이 시기에 한국은 중국의 건설적 행동을 견인할 지렛대를 개발하는 데 힘써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탄탄한 외교, 국방, 경제, 국민 통합을 의미한다. 국외적으로는 한미동맹 강화와 첨단산업 협력이다.

더불어 중국을 효과적으로 상대하기 위해서는 중국인의 기질과 정치사상도 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 공산당의 기본적 세계관은 변증법이다. 이는 중국 외교 사상의 기반을 이루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시진핑은 연설에서도 자주 변증법을 인용한다. 변증법은 '정'의 긍정성이 '반'의 부정성을 거쳐 '합'이라는 종합성에 이르는 데 있다. 그러나 진정한 '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반'의 부정적 역할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모순적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국가 간 관계에도 적용한다.

이 논리에 의하면 부정적 측면이 있는 한중관계도 조급해할 것이 아니라 다시 정상화 궤도에 오르기까지 숙고의 냉각기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사드 사태 '봉합'에서 목도했듯,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르게 봉합하려는 인위적 노력은 오히려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중국은 '시간'이라는 요소를 전략에 잘 활용한다. 상대를 제풀에 지치게 한다. 상대로 하여금 아쉬운 생각이 들게 하여 더욱 의존적, 굴종적으로 만든다. 이에, 중국과 외교를 펼칠 때에는 '시간'이라는 요소가 그 역할을 충분히 발휘할 때까지 우리도 인내하는 훈련도 할 필요가 있다. 작금 한중관계는 조정기를 겪고 있다. 이 시기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이익을 최대화하는 시기가 아니라 손해를 최소화하는 시기다.

큰 틀에서 한국은 중국과 경제, 문화, 지리적으로도 긴밀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의 전략적 기질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변화하는 국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우리가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성현 조지HW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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