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주당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단어가 있다. 개딸이라는 단어다. 지난 대선을 거치며 만들어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지 그룹으로, 지금은 자신들의 의견에 반하는 활동을 하는 정치 그룹들, 주로 비명계 정치인들에게 다소 거친 방식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의견을 표출하는 강성 지지자 그룹을 의미하는 용어로 불리고 있다.
개딸과 함께 자주 이야기되는 단어가 있다. 친명(親이재명)계와 비명(非이재명)계라는 단어다. 비명계의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정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친명계가 '지지자들의 소통 의지를 폄훼하지 말라'며 응수하는 것이 한 세트처럼 기사화되곤 한다. 민주당발 소식이 이 세 단위 위주로 논의되다 보니, 민주당 내에는 이 세 정치 세력밖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개딸들로 대변되는 민주당 내 강경 지지층이 우리 정치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만, 지면의 한계상 이번 글에서는 강성 지지층에 민주당이 끌려가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비명계에게 그동안 가졌던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비명계의 비판이 타당한 면이 많음에도, 비명계가 개딸 탓만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개딸들에게 휘둘리다 보면 시민들에게 외면받는 정당이 될 거라고 염려함과 동시에 시민들의 목소리가 당 안에 들어오게 할 방법을 비명계는 찾고 있을까.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걱정하면서 민심을 당심으로 조직화해 낼 노력 또한 하고 있을까? 당 밖의 민심을 논하기 이전에, 100만에 가깝다는 민주당 당원들이 모두 개딸들과 같은 정치적 의견과 태도를 가진 당원들일까. 민주당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을 악마화하지 않으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우리 사회에 좋은 대안을 내놓는 정당이 되길 바라는 민주당 당원이 사실은 다수가 아닐까? 이들이 당내 다수의 목소리가 되게 하기 위해 비명계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일까. 하고 있지 않는 것일까.
친명계가 개딸들의 열정 뒤에 숨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내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면, 비명계 역시 개딸들의 다소 과격한 활동 뒤에 숨어 자신들의 비전에 동의하고 이를 함께 실현해 나갈 것을 결의하는 시민들을 조직해 내는 조직가로서의 역할을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친명계가 개딸로 대표되는 시민들의 정치적 열정을 남용 혹은 오용하고 있다면, 비명계는 시민들의 정치적 열정을 조직화해내는 것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 아니라는 말로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자신들이 대안임을 보여줄 때, 그 비전에 동의하는 이들을 조직화할 때, 비로소 이들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시민들을 어떻게 조직화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2012년 오바마 대선 캠프가 남긴 'Legacy Report'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10만 명의 OFA(Obama for America) 활동가들이 7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만나고 조직해 낸 이야기, 지지자와 시민들의 삶에 깊이 뿌리내린 풀뿌리 조직을 만들기 위한 오바마 캠프의 전략과 비전이 촘촘히 담겨있다. 비명계가 더 이상 개딸 뒤에, 당원 뒤에, 시민 뒤에 자신들의 정치적 조직화의 무능력함을 숨기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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