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닮은꼴로 유명해진 정동식 K리그 심판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자신의 삶과 직업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주중엔 환경 공무관으로, 저녁에는 퀵서비스 기사로 일한다. 심판은 건당으로 임금을 받아 경기가 없으면 수익이 0원이 되기 때문이다. 경기장에서 모욕을 당하기도 한다. 그는 시합에 가족을 데려가지 않는데, 관중들이 '심판! 눈 떠라, 정신 차려 심판'이라고 외치며 심판 욕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프로심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 역시 풋살 초보심판으로 아마추어 경기를 몇 번 치렀는데 크고 작은 항의와 욕설을 듣다 보면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라는 자괴감이 든다. 그러나 심판이 없으면 선수들이 부주의하게 행동하거나 무리한 플레이를 하다 서로에게 부상을 입히는 것을 방지할 수 없고, 공정한 경기를 할 수 없게 된다. 선수의 안전은 물론 관중의 즐거움과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도 심판은 경기장에 꼭 필요한 필수노동자다.
심판처럼 필수적인 일을 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무시당하거나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최근 '네이트Q'가 적절한 배달료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소비자 10명 중 4명이 0원이라고 답했다. 배달료에 대한 불만이 커진 소비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이지만 배달노동에 대한 존중이 보이지 않아 씁쓸하다. 일부 네티즌은 배달노동을 공짜라고 생각하는 걸 넘어 '불법적이고 난폭한 배달노동자에게 돈을 주고 싶지 않다'라는 반응까지 보였다. 배달노동자 개인의 도덕적 책임을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신호위반을 전제한 산업구조와 건당 임금체계를 만든 기업에 대한 비판은 찾기 어렵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배달노동을 외주화하고, 복잡한 다단계 구조를 만들어 문제해결도 쉽지 않다.
사람들은 복잡하고 불투명한 플랫폼 배달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알려고 노력하는 대신 노동자를 비난함으로써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미국의 작가 이얼 프레스는 이를 '더티 워크'라 부른다. 그는 시민들이 사회의 필요와 암묵적 용인 속에서 행해지는 비도덕적 노동에 대해 구조적 모순을 알려고 노력하는 대신 손쉬운 멸시와 비난을 가한다고 비판한다. 생산과정에서 도덕적 문제가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면서도 그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노동자를 비난하는 것이다. 이 모순은 노동자들이 법을 준수하며 일할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불법적 노동을 한다고 욕을 먹던 건설, 의료, 물류 노동자들이 막상 법과 규칙을 준수하며 일을 하면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준법 투쟁'을 한다고 비난받는다.
정동식은 프로심판이 되기까지 신문·우유 배달, 공사장 일용직, 대리운전 등 하루에 7가지 일을 하기도 했다.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 있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소중한 일들이다. 그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과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다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부족해 아쉽다고 했는데 전체 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된다면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늘어날 것이다. 비록 경기장 안에서는 심판과 스태프를 위한 응원가가 울리지 못하더라도 경기장 밖에서는 필수노동자를 위한 응원가가 울려 퍼지길 바란다. 마침 6월에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국민의 존엄한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투쟁가를 불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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