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비자보호와 관련하여 대법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있었다. 소비자단체 소송에서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선고된 원심을 파기 환송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소비자단체 소송은 피해자인 소비자 내지 규제기관인 행정기관을 대신하여 소비자단체가 위법한 사업자의 권익침해 행위에 대하여 금지 내지 중지를 청구하는 소송이다. 이 제도는 15년 전에 소비자기본법에 신설되었지만,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소비자단체인 한국소비자연맹에서 이번 소송을 제기한 2016년까지 한 번도 제대로 진행된 바가 없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단체소송을 통해 이익 보는 것은 소비자이나, 소비자단체가 비용을 지불하여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송지원이 필요했는데, 이번 소송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1년 동안 소송을 지원했다. 둘째, 사업자가 위법한 행위를 쉽게 바꿀 수 있으면 소의 이익이 없는 구조였다는 점도 소송 제기의 걸림돌이 되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사업자가 쉽게 바꿀 수 없는 권익침해행위를 소비자법학회 관련 학자와 변호사들의 거의 무상에 가까운 지원으로 찾아낼 수 있었다.
이번 단체소송이 제기된 거래 환경은 특이하다. 통신계약과 함께 단말기 판매가 결합해 이뤄지면서 일정한 할인이 통신계약 내지 단말기 판매에 적용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소비자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계약을 체결하거나, 사업장 밖의 판매에서 구매한 경우에는 전자상거래법 또는 방문판매법이 적용된다. 이 경우에는 각 법률에서 소비자에게 철회권을 보장해야 하는데도, 통신사업자 약관에서는 통신계약이 개통되면 철회권 또는 해지를 못하고 일정한 위약금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통신계약의 철회권 제한은, 단말기 판매계약의 철회권을 제한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결국 철회권은 법률상 인정되는 합리적인 사유가 필요하지만, 통신계약의 개통만으로는 이러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핵심 이슈가 되었다. 철회권을 제한하는 사유가 존재하더라도, 소비자에게 그런 사유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절차를 사업자가 준수해야 한다는 점도 쟁점이 되었다. 철회권 제한사유가 존재한다는 사실 및 제한절차를 이행하였다는 사실 모두를 사업자가 증명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다행히 소비자단체의 이런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졌고 대법원이 철회권에 관한 의미 있는 판결을 내놓게 되었다.
단체소송은 소비자단체에게 시장감시 기능을 부여하는 공익소송의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이번 판결을 계기로 단체소송이 많이 제기되면 좋겠다. 그러나 단체소송이 확대되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공적자금을 통한 소송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패소비용을 완화하는 법 개정이 요구된다. 패소할 경우, 상대방의 소송비용까지 떠안게 된다면 소비자단체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 사업자가 침해사실과 관련된 자료를 갖고 있으므로 많은 부분 사업자에게 증명책임을 돌리는 입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위법한 권익침해행위의 금지 내지 중지가 목적인 단체소송인 점을 감안하여 소송이 신속히 진행될 필요가 있다. 소가 제기된 후 8년이 지난 후 판결이 선고된다면, 그동안 시장에서는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소비자 권익침해가 계속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속한 판결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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