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명함이 하나 더 생겼다. '캔프협동조합 이사'. 백혈병 말기를 극복한 홍유진 이사장(작가)을 비롯한 백혈병, 폐암, 대장암, 유방암 경험자 등 30~70대 8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만든 암경험자와 가족들의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 이름 캔프는 '캔서 프리(cancer free, 암으로부터의 자유)', '캔서 프렌즈(cancer friends, 암을 통해 만난 친구들)'의 약자다.
협동조합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이맘때였다. '웰컴 투 항암월드'라는 자전 소설을 쓴 홍유진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했는데, 암을 겪은 뒤 달라진 삶과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얘기하다가 우리 꿈이 매우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 뒤 홍 작가의 소개로 다양한 직업의 암경험자를 만났는데, 하고 싶은 일이 다 비슷했다. "다른 암경험자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나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대장암 3년 차였던 2011년 초 내가 다니던 신문사에 복직하면서 나도 같은 생각을 했다. 암경험자에게 유익한 치유 프로그램 사업을 하겠다고 2017년 내 회사를 만든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 이후 암환자 대상의 건강 관리법 강의와 코칭, 글쓰기, 힐링 여행, 건강도서 출판, 웃음치유 커뮤니티 운영, 암전문 인터넷신문 발행 등 하고 싶은 일은 다 해봤다. 보람 되고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회사 운영의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은 아니었다.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고 해도 내 삶과 회사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정도의 수입은 있어야 했다. 혼자로는 역부족이라고 느끼던 차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쳐 그동안 해오던 암 치유 프로그램, 건강 프로그램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홍유진 작가와 다른 암경험자를 만나 "이 세상에 없는 협동조합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한 게 그 무렵이었다.
각자 생업이 따로 있고, 각자의 건강 유지가 최우선 과제였기에 우리 계획은 아주 천천히 진행됐다. 지난 3월 창립총회를 열어 비전을 발표하는 순간 다들 흥분과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캔프협동조합의 비전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암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 조합원이 일상적 삶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둘째, 조합원에게 몸에 좋은 먹거리와 다채로운 심신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셋째, 조합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익사업을 통해 경제적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한다.
3가지를 이루려면 일반 회사처럼 영리활동을 할 수 있고, 암경험자와 가족을 위한 공익적 역할도 해야 한다는 데 우리는 공감했다.
하지만 그런 협동조합을 만드는 게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떻게 만들고 운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씩 배워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단법인 신나는조합'의 설립지원 프로그램과 중랑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우리는 창립총회 3개월 만에 사업자 등록까지 끝낼 수 있었다.
캔프협동조합의 조합원은 자신이 만든 제품을 협동조합 몰을 통해 판매할 수 있고, 암경험자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 먹거리, 생활 용품을 살 수 있다. 치유 글쓰기, 마음치유 상담, 웃음치료, 힐링 여행 등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있고 참여도에 따라 경제적 혜택도 나눠 받는다.
'조직이 자발적이고 운영은 민주적이며 사업활동은 자조적이며 경영은 자율적인' 암경험자와 가족들의 협동조합. 나 혼자가 아닌 암경험자들과 함께 꿈을 펼쳐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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