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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늦게 공개된 '후쿠시마 원전 드라마' 역풍 맞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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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늦게 공개된 '후쿠시마 원전 드라마' 역풍 맞는 이유

입력
2023.07.24 15:37
수정
2023.07.24 17:5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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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직원들 영웅처럼 부각" 日 책임 축소 논란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 20일부터 국내서도 서비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룬 일본 넷플릭스 드라마 '더 데이스'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룬 일본 넷플릭스 드라마 '더 데이스'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룬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가 국내 공개 뒤 역풍을 맞고 있다. 사고 수습에 목숨을 건 발전소 직원들의 모습을 영웅담처럼 그린 장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보기 불편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사고 현장 수습에 "최선을 다했다"는 인상을 줘 원전 사고란 초국가적 재난을 일으킨 일본의 책임을 축소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 데이스'가 국내에 20일 서비스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원전 관리자의 소영웅주의적 자기 기술에 불과하다' '발전소 직원들의 무용담만 담은 반쪽 드라마' 등의 비판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룬 일본 넷플릭스 드라마 '더 데이스'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룬 일본 넷플릭스 드라마 '더 데이스'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배경은 이렇다. '더 데이스'에서 요시다 마사오 도오전력 소장은 총리가 발전소 직원들의 철수를 불허하자 그가 화상으로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보란 듯 일어나 허리띠를 풀고 바지를 내린 뒤 엉덩이를 긁는다. 원전 직원들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정부에 전달하려는 행동이다. 드라마는 이렇듯 비현실적 연출로 소장 영웅 만들기에 바쁘다. 사고 현장에 남은 원전 직원들은 원자로의 폭발을 막기 위해 방사선 피폭 위험에도 목숨을 걸고 원전 내부로 줄줄이 뛰어든다. 혈뇨를 싸면서도 참사를 수습하는 현장 인력의 숭고한 헌신은 방대하게 펼쳐지지만 정작 드라마에서 원전 사고를 낸 도오전력의 잘못은 찾아보기 어렵다. 원전 사고의 1차 책임자인 도쿄전력이 사고 규모를 은폐하고 축소했다는 비판이 휩싸인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드라마는 사고 후 2년 뒤 사망한 소장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한 드라마로 실망스럽게도 원전 재해에 대한 통찰력이 없다"고 촌평했고, 인도 일간 인디언릭스프레스는 "개인의 영웅주의에 대한 오마주"라고 꼬집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룬 일본 넷플릭스 드라마 '더 데이스'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룬 일본 넷플릭스 드라마 '더 데이스'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물론 '더 데이스'가 '일뽕' 관점으로만 원전 사고를 바라보지 않는다. 드라마는 사고 당시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드라마에서 원자로 격납 용기 폭발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내부 보고를 받은 직후 총리는 원전 1호기 폭발을 TV 뉴스로 확인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장은 주민 대피 등의 의견을 모으는 자리에서 담당 부서가 아니라며 번번이 뒤로 숨는다. 경제학 전공의 경제산업성 출신인 원자력 안전 보안원 원장은 원자로 냉각 시스템에 문외한이다. 드라마는 일본의 관료주의와 원전 관련 비전문가들이 기관을 이끌어 전문적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을 신속한 위기 대응을 가로막은 암초로 그린다. 경제산업성이 도쿄전력으로 내려보낸 '낙하산 인사' 등으로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일본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더 데이스'는 사고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 소장 요시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요시다 조서'와 도쿄전력이 발표한 사고 보고서, 가도타 류쇼가 쓴 '죽음의 문턱을 본 남자'를 토대로 각색해 8부작으로 만들어졌다. 올해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일본 국민 배우 야쿠쇼 고지가 소장을 연기했다. '더 데이스'는 애초 6월 1일 일본 등 76개국에 공개됐으나 당시 한국에선 서비스되지 않았다. 일본 콘텐츠에 대한 국내 심의 절차 문제로 공개가 지연된 것으로 파악됐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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