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회에 제출된, 이른바 사립대학의 구조개선지원에 관한 법률안의 통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 공감대가 없지 않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전국 고등교육기관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사립대학구조개선지원법안의 시급한 시행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법안 통과의 가장 큰 장애물은, 스스로 해산하는 학교법인에 대해 해산장려금을 주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여야의 인식 차이다. 그 기저에는 대학법인 청산 후 잔여재산이 초중등학교 법인과는 달리 상당히 큰 편이라는 사정도 있다. 물론 잔여재산에 기반한 해산장려금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경영위기에 처한 대학에 퇴로를 열어주는 유인책이 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에 못지않게 학교법인에 일단 출연된 재산은 더 이상 설립자 집안의 사유재산이 아니라 공적재산이라는 점과 현재의 대학재산은 학교법인 설립 초기의 출연만이 아니라 그 후 대학 구성원의 기여가 결합하여 조성된 자산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백년대계라는 교육 영역에서는 공공성이라는 가치도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기 때문에 단순히 기능주의적 해법만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어쨌든 공공성의 원칙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여야가 슬기롭게 타협을 이루어낼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런 차원에서 차선책으로서 해산장려금이라는 명칭 대신에 교육공로보상금이라는 용어로 바꾸어 내용을 재설계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에서 사립대학 비중은 80%에 육박할 만큼 사립대학이 고등교육에 기여한 공로가 적지 않다. 그런 사립대학이 학령인구 감소로 더 이상 경영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그동안 고등교육에 기여해 온 공로가 있는 학교법인이 부득이 해산하는 경우에는 일정한 보상을 할 수는 있다고 본다.
따라서 비리 전력이 없는 학교법인으로서, 해산하면서 대학의 잔여재산을 사학진흥기금의 청산지원계정에 귀속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보상금을 지불하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교육공로보상금을 이렇게 설계한다면 부정, 비리를 저질러 대학의 위기를 초래한 당사자가 보상을 받는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다. 또 사학진흥기금에서 지급되는 보상금은 입학정원별 대학 규모와 대학 운영기간이라는 2가지 요소에 따라 차등화된 정액지급을 원칙으로 하되, 기금에 귀속되는 잔여재산의 감정평가액이 일정금액 이상일 경우에는 그 감정평가액의 일정비율(예컨대 3%)의 금액을 가산하여 지급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어느 경우이든 공로보상금은 사학진흥기금에 귀속되는 잔여재산의 감정평가액을 초과하지 않도록 설계하면 된다. 잔여재산을 공로보상금의 직접적인 재원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은 대학자산의 공공재적 가치를 가장 적게 훼손시키는 방안이 될 것이고, 정액지급 원칙은 무분별한 해산을 방지하는 한편 해산법인이 교원과 직원에 대한 해고위로금을 최소화하고 귀속 잔여재산은 최대화하려는 유혹을 단념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