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작고 귀여운 커뮤니티가 있다. 매일 서로의 운동량을 확인하며 잠깐의 숨쉬기 운동이라도 하도록 격려해 주는 모임이 그것이다. 모임 이름도 그래서 '솟아나라 근육이여!'라는 뜻의 '롸이징머쓸'로 지었다.
나의 사업장이 내가 싸워내야 할 링이라면, 나의 이 작고 귀여운 커뮤니티는 링 밖에서 나를 열심히 응원해 주는 응원단이자, 코치이자, 상담자이다. 물론 나 역시 친구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어느 날 문득 이 작고 귀여운 커뮤니티가 주는 힘이 왜 이리 클까 생각해 보았다. 이들이 나눠주는 다정함, 우정, 함께함 다만 그 때문일까 생각해 보았다. 아니었다.
먼저, 나의 불완전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꺼내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모임이기에 그렇다. 내가 실패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할 수 있는 모임이기에 그렇다.
둘째, 내 삶의 존재 이유를 물으며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이 일들을 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때로는 의심까지도 꺼내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모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서 끊임없이 묻고 점검할 수 있는 모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작고 귀여운 커뮤니티 멤버들이 자기 삶뿐 아니라 공동체의 행복을 함께 고민하고, 이를 위해 자기의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이들이기에, 이들에게서 더할 수 없는 안전함을 느끼게 됨을 알았다.
토지 정의에 대한 질문을 화두로 삼고, 그 문제의식을 공유경제, 공유공간, 커먼즈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영역에서 풀어내고 있는 친구. 본인 역시 아티스트로서 '예술가로 우리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길인지'를 알아, 예술가들의 지속 가능한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응원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있는 친구. 자기에게 주어진 공동체의 과제를 더할 수 없는 성실함으로 해결해 감과 동시에 자신을 위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냄으로써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이로움을 나눠주고 싶어 하는 친구.
이 작고 귀여운 커뮤니티가 나를 두툼하게 둘러싸, 나로 하여금 꿈꾸는 바를 향해 계속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 그들이 먼저 그런 삶을 살아냄으로써 나 역시 그런 삶을 희망하게 만든다. 그들이 내게는 이 척박한 세상을 씩씩하게 헤쳐 갈 수 있게 해주는 슈퍼 히어로들이다.
이 작고 귀여운 커뮤니티가 주는 상상 이상의 힘을 떠올리며 문득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기만의 작고 귀여운 커뮤니티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느 한 명 소외되지 않고, 각자의 안전한 커뮤니티 안에서, 자기 삶과 공동체의 삶을 함께 고민하고 일굴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게 쉽지 않은 일이라면, 자기만의 작고 귀여운 커뮤니티가 없는 사람들은 누가 어디서 어떻게 돌봐야 하는 것일까 질문해 보았다. 여기에 국가의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이 질문 끝에 도착해 보니 갑자기 당황스러웠다. 이 질문을 던질 국가가, 정부가, 정치가 지금 내게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지만 좌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질문을 계속 안고 갈 힘을 주는 작고 귀여운 커뮤니티가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함께, 따로 또 함께 그 길을 만들어 가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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