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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 유감

입력
2023.09.01 22: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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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걸'에서 주오남(안재홍)의 엄마 김경자(염혜란분·오른쪽)는 아들의 복수를 위해 한평생 김모미를 쫓는 인물이다. 넷플릭스 제공

'마스크걸'에서 주오남(안재홍)의 엄마 김경자(염혜란분·오른쪽)는 아들의 복수를 위해 한평생 김모미를 쫓는 인물이다. 넷플릭스 제공

2021년 tvN 드라마 ‘마인’, 그리고 JTBC 드라마 ‘구경이’, ‘너를 닮은 사람’, ‘공작 도시’ 등을 통해 여성 서사의 부상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는 ‘마인’ ‘너를 닮은 사람’ ‘공작 도시’ 등에서 여성의 연대가 이뤄졌고, ‘구경이’에서는 기존 드라마에서 관습적으로 그려지던 여성 주인공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특히, 쓰레기가 넘치는 방 안에서 머리를 산발한 채로 PC 게임에 몰두하는, ‘산소 같은 여자’로 불렸던 배우 이영애의 모습은 그야말로 여성 주인공의 파격적인 변화다.

또 지배적 미디어로 자리 잡은 넷플릭스에서 지난해 4월 공개한 드라마 ‘더 글로리’, 2023년 3월 ‘길복순(Kill Boksoon)’, 4월 ‘퀸메이커’에 이르면, 남성 중심이었던 드라마가 여성으로 그 서사의 중심축이 변경된 느낌마저 든다. 특히 ‘퀸메이커’의 경우는 드라마 배경이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정치판이다. 그 정치판에서 주요 여성 등장인물들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선거판을 제대로 뒤집어 놓는다. tvN ‘슈룹’, JTBC ‘닥터 차정숙’에서 여성의 달라진 이미지도 드라마 시청의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고무적인 것은 여성 서사 중심의 드라마도 대중성 획득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8월에 공개된 ‘마스크걸’도 공개된 지 2주 만에 넷플릭스의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주간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넷플릭스 톱10'에 따르면 ‘마스크걸’은 8월 21~27일, 총 740만 시청 수(view)를 기록해 비영어권 TV 부문 1위에 올랐다. 이런 속도로 영어권까지 석권하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기쁠 것 같다. 이는 한류의 한 축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K드라마의 서사가 거의 남성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할 것 같다. 젠더적 측면에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여전히 그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걸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외모 지상주의’이다. 하지만 마스크걸은 외모 지상주의에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온라인 세상에서 그들이 원하는 야동 수준의 음란(?) 방송을 한다. 또한 성폭행당하다 자신이 죽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는데, 고민도 없이 출산을 결심하고 자신이 받지 못한 사랑을 주겠다고 맹세한다. 그리고 그렇게 낳은 딸이 10대가 될 때까지 외면했으면서, 위험에 빠진 딸을 위해 탈옥을 하고 목숨을 거는 헌신과 희생의 극치의 모성애를 보여준다. ‘적대자’로 분한 모성(母性ㆍ김경자)도 마찬가지이다. 아들의 생일도 기억하지 못했던 모성은 아들이 살해당하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복수의 화신이 되는 절절한 모성애를 보여준다.

결국 ‘마스크걸’은 모성이 사투를 벌이는 피비린내 나는 결투의 장으로 승화된다. 모성은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드라마에서 부성이 배제된 채 모성의 헌신과 희생을 부각하는 것은 가부장적 서사 전략이다. 언제까지 아이는 여성이 돌봐야 하는가 말이다. 이런 점에서 드라마 ‘마스크걸’은 충분히 문제적이다.

윤복실 서강대 미디어융합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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