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노블 '모두 타 버린 것은 아니야'
코로나19 팬데믹은 여러 부정적 변화를 낳았지만 무엇보다 사회 기저에 깔린 인종과 사회경제적 격차를 극단적으로 드러냈다. 팬데믹의 혼란으로 차별과 낙인찍기가 횡행했다.
그래픽 노블 '모두 타 버린 것은 아니야'는 확진자 폭증으로 엄격한 코로나 격리 조치를 시행한 미국 사회에서 흑인 가정의 10대가 느낀 팬데믹 시기의 고통을 그린다.
화자는 코로나19로 집에서 격리 중인 10대로 설정돼 있다. 아버지는 코로나19에 감염돼 가족과도 접촉을 피한 채 끊임없이 기침을 하고 있다. 어머니는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 뉴스를 반복적으로 보고 있다. 남동생은 게임에 몰두 중이고, 여동생은 남동생에게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며 비키라고 짜증을 낸다.
이 같은 상황은 시 또는 일기처럼 읽히는 세 개의 긴 문장으로 표현돼 있다. 각각의 문장은 '숨 하나', '숨 둘', '숨 셋'이라는 제목과 함께 하나의 장(章)을 이룬다. 숨 하나는 인종 차별적 사건이 반복되는 답답한 상황을, 숨 둘은 코로나19로 격리돼 공황 상태에 빠진 가족의 모습을 담았다. 숨 셋은 무기력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산소마스크를 찾는,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이 조금씩 변화하는 희망을 그린다.
책의 핵심은 384쪽에 이르는 일러스트다. 다양한 질감의 콜라주 일러스트 위에 스프레이로 흩뿌린 색, 타이핑해 덧붙인 비교적 단순한 텍스트가 어우러져 숨 막힐 듯한 현실의 고통이 극대화된다. 일러스트가 뛰어난 그림책에 시상하는 2023 칼데콧상을 받았다. 단순히 책의 범주에 넣기보다 현대미술 도록으로 봐도 좋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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