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나라살림이 담긴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12월 2일)을 3년 연속 넘긴 데 이어 정기국회 내 처리도 무산됐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임시국회를 소집해 20일 본회의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약속이 지켜질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를 볼모로 삼아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쟁과 대치 전선만 넓혀가고 있다.
무엇보다 여야의 관심은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안)과 채 상병 순직사건 국정조사 등에 집중되고 있다. 정치적 파장이 큰 법안 처리에 예산안 처리를 연계시키며 서로 상대 탓으로 돌리는 ‘배째라’식 어깃장만 놓고 있는 현실은 참담하다.
여야는 어제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두 달간 이어진 대법원장 공백을 해결한 건 다행이다. 내년도 예산안의 경우 정부는 총지출 656조9,000억 원 규모로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연구·개발(R&D), 정부 특수활동비, 원자력발전·재생에너지, 새만금, 지역화폐 예산 등에 대한 여야 간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안 감액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연말까지 예산안이 방치되면 신규 사업은커녕 전년 예산에 준해 고정비만 지출하는 초유의 준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지방정부 예산 확정까지 줄줄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이다.
예산안 처리는 늘 다른 현안과 연계되면서 파행을 겪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회는 헌법이 부여한 예산심의권에 무거운 책임감을 인식해야 한다. 국정을 책임진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의 탄핵안, 특검 추진을 빌미로 예산안 처리를 고의로 지연시킨 것에 각성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단독예산수정안으로 위협하는 것 역시 있을 수 없는 무리수다.
국민혈세를 걷어 어디에 어떻게 쓸지는 국회에서 투명한 절차와 책임 있는 심사로 결정되어야 한다. 여야가 지금처럼 정쟁 속에 방치한다면 결국 밀실 심사와 짬짜미 편성의 '총선용 예산'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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