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경쟁이 확산되면서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해양력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중국은 꾸준히 해군력을 증강하여 규모 면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도 열세로 평가되는 함정 증강에 예산을 증액하는 등 노력하고 있으나 미국 조선소 건조 및 정비능력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동맹국과 방산협력을 통해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안보현실을 이용하여 인도, 일본 등은 미국과 방산협력을 확대하는 등 국익을 강화하고 있으나, 한국은 뚜렷한 성과가 없다.
중국 팽창에 대비한 인도-태평양전략 당사자인 인도는 2022년 2+2 장관회담에서 미국 함정을 인도가 정비토록 제안하여 올해 2개의 민간조선소가 미국과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는 미국 함정은 본토에서 건조 및 정비해야 한다는 존스법에도 불구하고 인도와 처음 체결한 함정 정비계약이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 총리와 미국 함정 및 항공기의 정비 허브로 인도를 발전시키는 데 합의하였다. 인도와의 국방상호조달협정(RDP)도 올해 미국 내 의견수렴을 마쳤고 내년 초 체결될 전망이다.
일본은 무기수출을 금지한 3불정책을 2014년에 수출을 통한 방산육성으로 전환하고, 2016년 미국과 RDP를 체결하여 SM-3 탄도탄 공동개발을 본격화했으며, 올해는 북·중·러 극초음속 무기 요격미사일 공동개발에 합의했다. 방위장관이 미국 함정 및 전투기의 일본 내 정비를 추진한다고 밝힌 가운데, 살상무기 수출도 가능토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미중 패권경쟁에서 아시아지역 전력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본의 협력이 절실한 미국의 묵인 아래 일본은 방산수출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방산이 군사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고려할 때, 인접한 한국에 수출경쟁국을 넘어 잠재적인 안보위협이 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중국의 경제보복 우려를 무릅쓰고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내세우며 미국 편에 섰음에도 방산에서는 얻은 것이 없어 보인다. 방산교역 불균형도 여전히 심각하여, 해외무기의 약 78%를 미국에서 구매하지만 대미 수출은 극히 저조하다. 그럼에도 미국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RDP 체결은 별다른 성과 없이 한 해를 또 넘기고 있다. 게다가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미국이 탐내는 조선소와 세계적 함정기술을 보유하고도 함정 정비사업은 인도, 일본 등으로 넘어갈 듯하다.
K방산이 세계적 브랜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글로벌 안보환경을 활용하고 RDP 체결에 속도를 내야 한다. 특히, 함정 등 한국이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진 분야에 대한 협력을 포함하고 정상회담 등에서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노를 저어야 할 때를 놓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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