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에 대선 뒤흔들 재판 잇따라
"하나만 있었어도 파장 클 텐데…" 우려
어떤 판결 나오든 정치 양극화 자극할 듯
“미국 연방대법원이 2024년 미 대선을 결정할 최종 권력이 됐다.”
미국 CNN방송은 20일(현지시간) 내년도 미국 대선 흐름을 이렇게 전망했다. 대선에 막대한 파장을 일으킬 만한 재판들이 최근 잇따라 대법 손에 쥐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정치적으로 양극화한 상황에서 민감한 판결을 사법부가 주도하자 '대선을 앞두고 미국 사회 분열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이날 CNN,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를 종합하면, 내년 대선에 영향을 미칠 대법 판단은 크게 세 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선거권 박탈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 재판 면책 특권 적용 △미국 내 임신중지(낙태)약 사용 제한 등이다. “이 중 단 한 건만 맡았어도 대법은 정치적으로 이례적인 주목을 받았을 것”(NYT)이라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유력 대선 후보 출마 자격 대법 손에 달렸다
특히 ‘피선거권’과 ‘면책 특권’ 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 개인의 운명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두 결정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한 결과를 뒤집기 위해 지지자들을 선동했다는 '선거 전복' 혐의를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지지자 수천 명은 2021년 1월 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내란' 수준의 폭동을 일으켜 처벌을 받고 있다.
미국 대법이 어떤 판단을 내리든 좌우 진영 모두 막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 진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여전히 '정치 탄압'이라며 지지자들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WP는 “이 법적 다툼은 이미 양극화한 미국 사회에 더 큰 분열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법의 임신중지약 판매 규제 검토 역시 내년 대선판을 뒤흔들 변수다. 대법은 지난 13일 임신중지약 '미페프리스톤'의 사용 기한 축소 여부를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임신 10주'까지 허용됐던 복용 기한을 '임신 7주'로 줄일지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대법은 지난해 6월 연방 차원의 임신중지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1973년)를 폐기해 논란을 키웠다. 이 판결로 인해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지지자를 결집, 선전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CNN은 “대법의 임신중지약 관련 결정은 민주당의 또 다른 결집 구호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판결은 미국 대선 레이스가 한창 열을 올릴 내년 6월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 대법 판결, 불안정한 정치 구도에 기름 끼얹나
전문가들은 대법 판결이 이미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미국 정치 양극화 구도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정치 지형이 극단으로 갈리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정치적 타협이 아닌 사법적 결정으로 해결하면 극단적인 대립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게다가 대법관 구성이 비대칭적인 상황이어서 대법 신뢰도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대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으로 구성되면서 대법의 정치적 당파성에 대한 의심은 커지고 있다.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의 부패 스캔들도 불거지면서 대법은 사상 최초로 대법관 윤리 강령을 제정해야 할 정도로 도덕성 논란도 컸다.
그러나 대법이 다가올 분열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저스틴 레빗 미 캘리포니아 로욜라 법대 교수는 CNN에 “일반적 상황에서는 대법이 논쟁적 판단을 피할 수단이 있지만 현재는 국가적으로 중대한 논란들이 법원에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법이 해당 판결을 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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