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 경제 성장률을 ‘5% 안팎’으로 제시했다. 중국은 매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구체적 성장 목표치를 제시한 뒤 이를 어김없이 달성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5% 안팎’으로 두루뭉술하게 표현했다. 그만큼 상황이 안 좋다는 얘기다. 실제로 ‘5% 안팎’은 1991년(4.5%)을 제외하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14.2%에 달했던 2007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5일 “유리한 조건이 불리한 요소보다 강하다”고 역설했지만 “수요부족과 과잉생산, 일부 부동산 문제와 지방채무 금융기관 리스크가 있다”고 인정했다. 30년간 이어진 전인대 폐막식 총리 기자회견도 전격 폐지됐다.
국제사회에선 4%대 성장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성장 목표치가 작년과 같다고 하지만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를 본 반면 올해는 이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잇따른 대형 건설사의 채무불이행 등 부동산 위기가 여전한 데다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을 뜻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내수도 수출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중국과 홍콩 주식시장 가치는 2021년 이후 6조 달러(약 8,000조 원) 넘게 폭락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에서 수교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연초 반짝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착시일 공산이 크다. 올해도 중국 경제의 온기를 바랄 순 없다. 오히려 ‘차이나 쇼크’에 대비해야 할 때다.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여 위험을 분산시키는 건 기본이다.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공급망 의존도 낮추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중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초저가 밀어내기 수출과 공습에 나설 경우 우리 주력 수출품과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미 전기차와 배터리는 중국산이 글로벌 시장은 물론 우리 안방까지 넘볼 태세다. 가격으론 승부하기 힘든 만큼 초격차 기술과 서비스 품질로 종합 경쟁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중국 경제와의 진검 승부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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