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은 어떤 직업을 희망할까? 취업과 구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잡링크가 2023년 대학생 6,463명을 대상으로 희망 직업에 대해 조사한 결과, 공무원이 1위였고, 뒤를 이어 대기업 사원, 교사, 컴퓨터프로그래머, 광고·홍보전문가 순이었다. 직업 선택 시 가장 크게 고려하는 것은 흥미 및 적성, 전공이었으며, 직업 안정성을 연봉이나 근로 여건보다 더 중시하는 것으로 응답했다고 한다.
한 15년 전, 강의실에서 대학생들에게 꿈을 물은 적이 있다. 다수가 삼성 입사라고 답했다. 십수 년간 공부하며 빚어온 꿈이 삼성의 직원이라는 답은 충격적이었다. 삼성에 들어가서 그다음은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으니 그다음은 모르겠다고 한다. 한때는 증권사 직원, 한때는 대기업 회사원, 그리고 지금은 공무원으로 한국 청년들의 꿈이 한곳으로 몰린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제 꿈을 찾지 못한 것이다. 보통 성장기에 접한 부모의 직업 또는 매체에 많이 노출되는 직업을 생활기록부에 장래희망으로 적는다. 어른으로 성장하기 전에 체계적인 진로 설계를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나라의 청년들은 자신의 꿈을 어떻게 찾고 있을까? 유명한 예가 1960년에 시작된 영국의 '갭 이어'(Gap Year)이다. 당시 영국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곧바로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인턴십이나 여행, 워킹홀리데이, 해외봉사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진로를 탐색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 제도는 미국의 하버드대학교나 프린스턴대학교, 일본의 도쿄대학, 오스트레일리아의 매쿼리대학교, 캐나다의 요크대학교 등 많은 나라에서 활용되고 있다.
아일랜드에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 1년간 참여하는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가 있다. 학생들은 교내에서 기본과목과 선택과목을 배우면서 학교 밖에서는 직업체험을 한다. 덴마크는 노동조합과 상공회의소, 다수의 기업을 통해 학생이 직업체험을 하도록 적극 돕는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적극 권장하는 까닭은 이 과정을 경험한 학생들의 대학 중도 포기율이 낮다는 데 있다. 직업체험을 여러 번 하면서 자신의 적성을 잘 파악하게 되고, 적성에 맞는 진로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갭 이어를 경험한 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요즘 초등학교의 졸업식에서는 학생들이 한 명씩 단상에 올라가 졸업장을 받는다. 그때 행사장의 대형 화면에는 학생 저마다의 장래희망이 공개되는데, 대부분 의사, 변호사, 판사, 교사로 같다. 그 꿈대로라면 25명 한 반에서 의사만 5명도 넘게 나오게 된다. 삶의 방식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지만, 부모의 과거 경험에 갇힌 직업 세계는 그대로 학생들의 성장기에 심어진다. 이 거대한 사회 속에서 가정이나 개인이 진로 탐색을 온전히 해내기란 불가능하다.
모두의 꿈은 나의 꿈이 아니다. 꿈이 같은 사람들만 사는 사회는 지나친 경쟁으로 쉽게 지친다. 한국 대학생은 직업 선택에 흥미와 적성, 전공을 가장 우선시한다고 응답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인이 돼서도 여전히 꿈을 찾느라 헤매는 중이다. 청년이 꿈을 제대로 가지는 과정에 사회와 국가가 동참해야 한다. 한 국가의 청년들은 곧 그 나라의 '가까운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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