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때문에 서울에서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내 집 마련은 엄두도 나지 않아서 전셋집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전세대출 이자를 내면서 매달 큰 금액을 저축하기는 어렵습니다." “직장 가까이에 있는 역세권 집들은 보증금 월세가 비싸서 주거비 부담이 됩니다.”
지난 3월 19일 영등포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 참석한 청년, 예비 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에 관한 목소리다. 한 부동산 정보회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의 평균 월세는 57만 원으로, 작년보다 11.6% 올랐다. 가장 비싼 이화여대 인근은 평균 월세가 71만 원에 다다른다. 이렇다 보니, 2022년 기준(주거실태조사)으로도 청년층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17.4%로 버는 돈의 5분의 1 가까이를 주거비로 지출해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문제 된 전세사기 여파로 다세대, 오피스텔 등 소형주택의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 포비아’ 현상이 확산됐다. 그에 따라 전세 물건이 월세로 전환되는 한편, 공급 대비 수요가 증가한 아파트 전세 가격은 상승 추세다. 이에 더해 건설업계도 금융·건설비용 상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최근 PF 위기로 위축된 건설경기는 신규 입주 감소로 이어져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이처럼 민간의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공공이 적극적으로 주택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에 정부는 단기간 내 주택 건설이 가능한 매입임대제도를 활용하여 향후 2년간 비아파트 10만 호를 신축하거나 매입하여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매입임대 10만 호 중 대부분은 민간과 약정을 체결하여 신축하는 ‘신축매입약정’ 방식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소형 민간 건설사의 숨통을 틔워 건설경기 활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의 참여를 유도·촉진하여 신속한 주택공급이 가능하도록 각종 세제혜택, 건축규제 완화 등 다양한 방식의 지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대 8년간 시세보다 저렴한 전세로 공급하는 든든전세주택 신규 도입도 실수요자의 주거안정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임대주택을 저소득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무주택 중산층까지 폭넓게 공급하여 전월세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간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공공이 공급하는 만큼, 임대료도 현재 계획인 90%에서 가구 구성에 따라 더 저렴하게 공급하는 등 탄력적 운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고물가‧고금리 상황과 함께 서민층의 주거비 부담은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민간의 주택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전월세 시장의 불안요소가 가중되는 지금이야말로 공공이 내년, 내후년을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주택공급에 키를 쥐고 나서야 할 적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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