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어제 울산을 찾아 “70 평생 살면서 여러 정부를 경험해 봤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며 현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울산 중구 동구 등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 대한 지원유세에서다. 국가 원로로 통합에 앞장서야 할 전직 대통령이 현실정치, 특히 총선에 직접 뛰어드는 건 여러모로 부적절한 처사다. 더욱이 진영논리에 갇힌 우리 사회 환경에 비추어 분열상에 기름을 붓는 게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 전 대통령은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소리도 들린다”며 “막말과 독한 말들이 난무하는 아주 저질 정치로 전락했다”고 여권을 겨냥했다. 앞서 1일에도 부산과 경남을 방문해 민주당 후보 지원 유세를 하면서 현 정부를 비판하고 지지를 당부했다. “민주당과 야당이 좋은 성적을 거둬 이 정부가 정신을 차리도록 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전직 대통령의 이례적인 선거개입은 민주당의 험지인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도 정권심판론 바람이 일기를 바라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당장 여당의 반발과 정쟁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문 정부 당시 나라가 망해가던 것 기억이 나지 않느냐”면서 부동산 폭등, 중국 굴종, 혼란과 떼법의 시대 등 문 정부 정책을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은 4톱 선대위냐”고 비아냥대는 상황이다.
우리 정치는 미국과는 다른 선거관행을 유지해 왔다. 돌이켜 보더라도 후보면담 등 간접적인 수준의 간여는 있었을지언정 전직 대통령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선거 유세에 나선 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적 이전투구판에 끼어들지 않음으로써 국가 원로로서의 품격과 국민통합 이미지를 보이기 위한 노력이었고 자제였다. 더욱이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엔 잊히고 싶은 삶을 살고 싶다”고까지 말하지 않았던가. 전직 대통령이 말을 쉽게 뒤집으면서 선거 유세에 뛰어드는 건 우리 정치사에 나쁜 선례를 남길 수밖에 없다. 자제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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