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참패 일주일이 지나도록 국민의힘이 반성과 변화를 보여주긴커녕 안이하고 무기력한 모습만 반복하고 있다. 그제 4선 이상 중진회의가 처절한 자성 메시지도, 위기수습 방안도 제시하지 못한 데 이어, 어제 당선자총회 역시 추상적인 결의문만 낭독했다. 108명의 당선자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만 바라보고 한마음 한뜻으로 변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과감한 혁신, 당정소통, 의회정치 복원 등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떻게 달라지겠다는 건지 눈에 잡히는 얘기는 없다. 그러면서 전당대회 개최를 위한 ‘실무형 비대위’를 꾸리기로 했다. ‘박근혜 천막당사’의 각오로 그 흔한 ‘전국순회 큰절 세리머니’를 해도 모자랄 판에 책임지는 사람 없이 친윤 비윤 견제 기류만 분명해지는 상황이다.
임기 3년이 남은 집권 여당은 국정의 한 축인 만큼 쇄신 의지가 중요하다. 그런데도 '개 논란'까지 벌이는 여당 풍경은 절망적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문재인 사냥개가 돼 우리를 짓밟던 애”라고 비난하자 김경율 전 비대위원은 “(‘개통령’으로 불리는) 강형욱씨가 답변하는 게 맞다”고 받아쳤다. 친윤계 박수영 의원은 “4년 전보다 5석 늘었고 득표율 격차는 5.4%포인트로 줄었다. 3%만 가져오면 대선 이긴다”고 했다. 민심이 대선과 지방선거를 밀어준 지 2년 만에 심판의 철퇴를 내린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여당은 수도권에서 외면받고 ‘영남·강남·고령층’ 당으로 전락한 현실이 아직 와닿지 않는 것 같다. 총선 패배 원인이 대통령에게 있다 해도 ‘용산출장소’ 오명을 달고 있는 여당이 대오각성해야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대통령실에 할 말 하는 대표 체제 구성부터 서둘러야 한다. 거대 야권에 맞서기 위해서도 선제적으로 민심에 적응해야 할 처지 아닌가. 당장 해병대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 등 ‘특검 정국’이 예고된 와중이다. 국민의힘이 보수 가치를 바로 세우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견인할 의지부터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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