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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에서 아이들과 자전거 타던 날

입력
2024.05.01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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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아이들과 후원자들이 함께 자전거 타던 날. 코인트리 제공

스리랑카 아이들과 후원자들이 함께 자전거 타던 날. 코인트리 제공

길가에 떨어진 소똥과 달려오는 툭툭을 피해 20여 대 자전거가 줄지어 달렸다. 그러다 에메랄드빛 인도양이 눈앞에 펼쳐지자 소리 없는 함성이 들리는 듯했다. 페달을 밟는 스리랑카 아이들은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한다. 그런데 어찌나 신이 났는지, 다들 핸들엔 한 손만 걸쳐두고 수어로 수다를 떨었다. 아이들 사이로 한국에서 온 국제구호단체 코인트리 후원자님들이 달리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통학용 자전거를 선물한 후원자님들과 그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인도양과 맞닿은 스리랑카 포투빌의 한 시골길을 함께 달렸다.

아이들은 연신 뒤돌아보며 후원자님들이 잘 따라오는지 살폈다. 되레 조심하라고 후원자를 챙기는 아이들은 '코인트리 스리랑카 특수아동 학교'에 다니는 청각·언어장애 아동들이다.

2004년 쓰나미와 26년간의 내전이 할퀸 스리랑카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많았다. 100원씩 모아 학교를 짓겠다는 한국인 청년 하나가 자신을 '꽃거지 한영준(코인트리 대표)'이라 부르며 소액 기부금을 모아 2018년 스리랑카에 학교를 세웠다. 아이들을 가르치겠다고 나선 사람은 꽃거지 한영준의 후원으로 자란 스리랑카 청년, 올리스다. 자신처럼 빈민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교육받게 되면 가난을 절망이 아닌 열망으로 바꿀 수 있다며, 올리스는 대학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와 학교 운영을 맡았다.

배움의 기회가 없었던 빈민 가정 아이들이 찾아오고, 즐거운 소액 기부로 함께 하는 후원자분들이 늘어났다. 코인트리 학교는 3개 마을에 지어졌고, 120명 아이들이 꿈을 키우는 곳이 됐다. 이 중 한 곳이 청각·언어·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 37명이 놀고 공부하는 '특수아동 학교'다.

코인트리 특수아동 학교에는 목표가 있다. 바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자립'이다. 자립은 자전거 타기와 같다. 스스로 페달을 밟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넘어지거나 부딪힐 일도 있겠지만, 혼자 힘으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 코인트리 후원자님들은 특수아동들이 자전거를 타듯 스스로 꿈을 향해 달릴 수 있도록 돕는다. 덕분에 아이들은 코인트리 학교에서 기초교육을 포함해 재봉, 요리, 전기 기술을 배우며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자전거를 선물한 후원자님과 선물받은 스리랑카 장애아동이 함께 라이딩한 날은 소리 없는 함성으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감사하다며 내내 수어로 후원자님들께 인사했고, 후원자님들은 따뜻한 포옹으로 아이들을 힘껏 응원했다.

같이 자전거를 탔던 그 길 위에서, 후원하는 사람과 후원받는 아이들 모두 참 행복해했다. 우리가 함께 만드는 기적 - 코인트리는 더 많은 아이와 후원자가 이 멋진 여정에 함께 하기를 바라며 오늘도 달린다.




홍선혜 국제구호단체 코인트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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