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신규 환급금 발생 알림, 19만7,500원.’ 어지간하면 광고에 유혹되지 않는 사람도, 이런 메시지에 넘어가지 않긴 어렵다. ‘기한 내 미수령 시 돌려받기 어렵다’며 빨리 확인할 것을 연일 독촉한다. 안 하면 손해라는 생각에 클릭을 하고 살펴보니 해당 금액은 ‘내 환급금’이 아니라 ‘이용자 평균’이다. 아차 싶다. ‘내 소득정보만 업체에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겠구나.’
□ 세무∙회계 관련 핀테크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가 2020년 5월 선보인 ‘삼쩜삼’은 복잡한 세금 신고와 환급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손쉽게 처리해주는 플랫폼을 표방한다. 프리랜서나 아르바이트생 등 개인사업소득자로부터 원천징수하는 세율 3.3%에서 이름을 땄다고 한다. 세금신고를 혼자 하자니 어렵고, 그렇다고 세무사 도움을 얻자니 비용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입소문을 타며 급성장했다. 4년간 누적 가입자가 최근 2,000만 명을 넘어서고, 누적 환급액이 1조 원을 돌파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5월은 삼쩜삼에는 큰 대목이었다. 환급액의 최대 20%를 수수료로 받는데, 종합소득세 신고 달인 5월에 연간 매출의 90%가량이 발생한다. 대목을 놓치면 1년 장사가 물 건너가는 탓에 한 달 동안 정말 집요하게 고객을 물고 늘어진다. 예상 환급액을 조회하는 순간부터 결제가 이뤄질 때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독촉 안내를 보낸다. 정작 개인정보를 모두 주고 환급액 계산을 해보면 ‘0원’인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면 또 다른 유혹의 메시지를 보낸다. ‘가족과 묶으면 환급액이 생길 수 있으니 가족 정보를 입력하세요!’
□ 삼쩜삼은 로톡(법률) 닥터나우(병원) 등과 함께 혁신 플랫폼 스타트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세무사, 변호사, 의사 등과 갈등을 빚으며 ‘제2의 타다’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언론을 비롯한 여론의 큰 지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등을 돌리는 건 한순간이다. 한국세무사회는 최근 “환급 대상자도 아닌 소비자에게 환급금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오인 광고를 해 국세청 홈택스에 있는 민감한 과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예전 같았으면 세무사회가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고 눈총을 받았을 텐데, 지금은 외려 박수를 받는 분위기다. 다 삼쩜삼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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