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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인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입력
2024.06.12 00: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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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배양식품 전문기업인 씨위드가 개발한 배양육으로 만든 햄버거. 정광진 기자

세포배양식품 전문기업인 씨위드가 개발한 배양육으로 만든 햄버거. 정광진 기자

미국에서는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 자주 일어나곤 한다. 그런데 올해 미국 내 보수성향이 짙은 주(州)에서 배양육의 생산, 유통, 판매를 금지하도록 한 것은 이런 점을 감안해도 놀라운 일이었다. 나는 그토록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를 사랑하는 공화당 사람들이 이토록 시장에 직접적인 규제를 가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그들이 늘 주장하는 대로 그냥 시장에 맡겨놓으면 먹을 사람은 먹고 안 먹을 사람은 안 먹을 것 아닌가?

테네시주 하원의원 버드 헐시(공화)는 “빌 게이츠와 함께 벌레를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이 더러 있겠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오히려 동물성 배양육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닭과 소와 돼지를 죽이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닭고기와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으려는 사람들이다. 그들이야말로 벌레를 먹어도 되지 않는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아닐까?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그냥 바보라고 생각하면 속 편하겠지만(가끔은 정말 그게 확고한 사실 같지만), 아마 그들은 축산 농가들의 표를 감안하고 계산했을 것이다. 또 이것은 문화 전쟁이라는 지리멸렬한 참호전의 한 전선이다. 어떤 사람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된 고기가 ‘더욱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좋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COVID-19 백신 접종을 거부하던 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논리다.

이는 우리도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다. 우리들에게도 자연스러움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이라는 관념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은 사실 굉장히 잔혹한 것이다. 우리 모두를 낳은 어머니 자연은 우리 모두에게 끝없는 생존 경쟁을 강요했다. 진화론의 기본적인 동력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존재를 도태시키는 적자생존의 원리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피땀 흘려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는 문명이라는 피막을 만들어냈다. 이 피막 덕분에 우리는 수많은 영유아를 살려서 어른으로 만들 수 있었고, COVID-19 백신 접종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고, 동물을 덜 죽이면서도 그들의 고기를 취하는 방법을 고안해 낼 수 있었다. 인위적인 것은 나쁘지 않다.

자연으로 돌아가면 루소가 말했던 것처럼 ‘고상한 야만인(Noble Savage)’이 될 것 같지만, 자연을 이용하고 때로는 이에 직접적으로 대립하기도 하는 문명 없이 인간은 인간일 수가 없다. 당장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야생 환경에서 동물들은 사납고 공격적으로 변한다. 인간이라고 크게 다를까.

더 문명화된 세상이 모든 인간에게 반드시 더 좋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배양육 산업에 반대하는 축산 농가 사람들은 새로운 산업의 발달 때문에 정말로 실존적인 위기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면 더 행복하고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리의 기술과 제도를 어떻게 하면 더 인간적으로 사용하고 개선해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지, 그에 대립하는 자연을 이상화하는 것은 나태한 일이다. 바로 그 나태함의 틈새에서 반지성주의가 자라난다. 반지성주의가 질식시킨 우리 세상은 나아질 방도가 없다.



심너울 SF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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