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처음으로 총파업에 나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어제 투쟁강도를 한 단계 높였다. 8일부터 사흘간 1차 파업, 15일부터 5일간 2차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계획을 바꿔 11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노조는 1차 파업에도 사측이 어떠한 대화도 시도하지 않아 투쟁 강도를 높이게 됐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노조가 파업 목표로 ‘생산 차질’을 내세우고 있는 점이다.
노조가 이례적으로 생산 차질을 목표로 잡고, 조합원들에게 파업 참여를 독려하는 데는 나름의 전략이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늘 그래왔듯, 올해도 지난 3월 말 노사협의회를 통해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을 5.1%로 책정해 공지했다. 하지만 노조 조합원 850여 명이 노사협의회 임금인상률을 거부하자 노조가 사측과 별도 임단협에 나섰다. 노조로서는 임단협 법적 주체도 아닌 노사협의회가 임금인상률을 정해온 관행을 바꾸고, 노조 확대를 도모할 기회가 된 셈이다.
약칭 ‘전삼노’인 삼성전자노조 조합원 수는 올 들어 급증했다. 지난해 1만 명이 채 안 됐으나, 올 6월 말 현재 3만1,000명으로 늘어 전체 직원 12만5,000명의 25%에 육박하게 됐다. 성과보상제 등에 대한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조가 이번 파업 요구에서 임금 외에 성과금(OPI, TAI) 제도 개선까지 요구하고 있는 배경이다. 사측은 별 대안 없이 생산 차질을 막는 데만 급급한 반면, 노조는 회사의 대화 기피에 생산 차질로 진짜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강공으로 치닫게 된 셈이다.
노사가 벼랑 끝 대치로 치닫는 모습은 답답하기 짝이 없지만, 노조가 파업의 결과일 수 있는 '생산차질'을 파업의 목표로 제시한 것이 정당한지는 의문이다. 아무리 파업이 권리라 해도 생산 차질을 위해 파업한다는 것까지 옳다고 할 수는 없다.
반도체산업은 지금 국가총력전이라 할 정도로 글로벌 주도권 경쟁이 숨가쁘게 전개되는 분야다. 정부도 혈세를 투입해 어떻게든 첨단반도체 산업 생태계 육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게다가 경쟁자인 대만의 TSMC는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에 2.5배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노든 사든, 삼성전자에 대한 국가적 기대에 부응해 무리한 생산 차질 대치를 조속히 끝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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