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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장기전인데 1년 만에 관심 뚝... 파견 전문가 누군지도 여전히 '깜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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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장기전인데 1년 만에 관심 뚝... 파견 전문가 누군지도 여전히 '깜깜'

입력
2024.08.15 11:00
수정
2024.08.15 14:3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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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년간 7차례 걸쳐 오염수 5만4,638톤 방류
"안정기 접어들어... 안전인식 다행"이라는 정부
국민들 안심하는 게 아니라 체념하는 것 아닌가
현장 누수·피폭 발생... "장기 대응 계획 세워야"

편집자주

2023년 8월 24일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방류 1년이 지난 지금, 감시의 눈이 흐릿해진 건 아닐까요. 한국일보는 그간의 방류 기록과 정부 대응을 추적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직원들이 3월 13일 방사능 오염수 샘플을 추출하기 위해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후쿠시마=로이터·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 직원들이 3월 13일 방사능 오염수 샘플을 추출하기 위해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후쿠시마=로이터·연합뉴스

5만4,638톤. 지난 1년간 일본 도쿄전력이 바다에 방류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양이다. 2023년 8월 24일부터 지난달 16일까지 일본은 7차례에 걸쳐 매회 약 7,800톤의 오염수를 바다에 뿌렸다. 여기에 포함된 삼중수소 총량은 9조8,802억베크렐(Bq)에 달한다.

오염수 방류는 뜨거운 감자였다. 그러나 사회적 관심은 1년 만에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작년엔 방류를 저지하겠다며 국회의원들이 일본까지 날아가놓고, 올해는 국회 소관 위원회 회의는 물론 각 정당별 4월 총선 공약집에서도 ‘오염수’ 단어가 자취를 감췄다. 학계도 잠잠하다. 1년간의 방류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한국일보는 오염수에 대해 언론에 설명하거나 칼럼을 썼던 전문가들을 접촉했는데, 상당수가 “최근 진행 상황은 잘 모른다”며 답변을 고사했다. 지난 7일 시작된 8차 방류를 하루 앞두고 약 40일 만에 열린 정부의 대면 브리핑에선 단 3명의 취재진만 자리를 지켰다.

후쿠시마 앞바다, 간간이 검출하한치 넘은 삼중수소

그래픽=이지원 기자

그래픽=이지원 기자

정부는 우리 사회의 오염수 대응이 안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태스크포스(TF)인 국무조정실이 지난 6일 개최한 브리핑에서 김종문 국무1차장은 “우리 국민의 안전에 위험이 되는 상황, 당초 실시계획과 위반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국민들이 안전에 대한 인식을 많이 가지게 됐다는 점에서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오염수 방류 이후 정부 모니터링에서 기준치를 뛰어넘는 방사능이 검출된 적은 없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우리나라 연안에서 300㎞까지 해역에 78개 정점을 정하고 해수를 주기적으로 검사하는데, 분석값은 모두 세계보건기구(WHO) 먹는 물 기준의 100분의 1 이하였다.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도 대부분 ‘불검출’이다. 장비로 측정 가능한 수준 이하라는 뜻이다. 올해 수입된 일본산 가공식품 1만7,130건 중 3건에서 미량의 방사능이 검출됐는데, 모두 반송 처리됐다.

예견됐던 결과다. 지난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오염수 확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우리 해역에 삼중수소가 유입되는 시기는 4~5년 뒤이기 때문이다. 안전 여부를 예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조양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지금으로서는 (영해 영향 여부의) 과학적 측정이 어려울 것”이라며 “일본 후쿠시마 연안에 실제 방류되는 양과 농도 등을 상세하게 알아야 시뮬레이션도 정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도쿄전력이 공개한 후쿠시마 원전 앞 해수 방사능 측정 데이터에서는 지점에 따라 간간이 삼중수소 농도가 검출하한치를 넘기고 있다. 지난 5월 3일엔 농도가 리터당 29Bq로 치솟기도 했다. 단 이는 도쿄전력의 위험 판단기준인 리터당 700Bq에는 못 미친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그래픽=이지원 기자

이 같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방류 전부터 우리나라가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할 권한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부는 정보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 조치는커녕 비밀주의를 이어가고 있다. 후쿠시마 현지에 파견하고 있는 우리 측 전문가조차 알리지 않는다. 정부는 어떤 전문가가 파견되는지, 몇 명이 몇 번 파견됐는지 등을 '활동에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하고 있다. 본보가 파견단이 소속돼 있는 KINS, 주무 부처인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조실에 파견 전문가가 현장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하나같이 "우리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서로 답변을 떠넘겼다.

정부 비밀주의+사회 무관심=단순 모니터링만

비밀주의에 무관심이 더해지다 보니 정부의 대응도 모니터링 이상으로 진전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필요성이 제기된 건강 및 환경영향조사 등의 추가 조치는 진척이 없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방류를 앞두고 예비비 177억 원이 긴급 편성됐지만, 수산물 위생관리 관련 집행률은 49.3%, 유통 위생안전체계 구축 관련 집행률은 60.6%에 그쳤다.

일본이 방류를 계획 중인 오염수는 약 134만 톤, 방류 종료 시점은 빨라야 2051년이다. 당초 제시한 사고 원자로 폐쇄 작업이 늦어지고 있어 방류 기간은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장기전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 참여했던 송진호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연구교수는 “오염수에 대한 관심이 잠잠해진 이유는 국민 이해가 높아지기도 했지만 현 상황을 바꾸기 어렵다는 체념도 있을 것"이라며 “수십 년의 방류 과정에서 사고나 누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신뢰를 높이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장기적인 관심과 대응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후 발생한 사고들. 그래픽=송정근 기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후 발생한 사고들. 그래픽=송정근 기자

실제 지난 9일 후쿠시마 원자로 2호기에서 사용후핵연료 냉각풀 수위 확인용 탱크에서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오염수 약 25톤이 흘러나왔다. 올 2월엔 4호기에서 오염수 5.5톤이 새어나왔고, 지난해 10월엔 오염수의 방사성물질을 제거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청소하던 작업자 2명이 분출돼 나온 오염수에 피폭됐다.


신혜정 기자
오지혜 기자
전하연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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