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주 소설 '너의 초록에 닿으면'
'너의 초록에 닿으면'은 ‘싱커’로 2009년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배미주 작가의 새 청소년소설이다. 빙하기가 도래한 미래에 거대 지하 도시를 건설해 살아가는 인류의 이야기를 그린 ‘싱커’의 세계관을 잇지만 속편은 아니다. 더 먼 미래로 나아가 빙하기가 끝나갈 무렵 인류가 지상 개척에 나선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소설의 남녀 주인공은 서로 다른 세계를 대표한다. 지하 도시 ‘시타델’에서 유명 게임 디자이너로 일하는 이경과 혹한의 지상에서 사는 개척 대원 라르스. “다른 세계에서 각자의 고통을 견디며 살아온 쌍둥이 같은 관계”다. 시타델을 방문한 라르스의 가이드 역할을 맡아달라는 회사 대표의 부탁을 받은 이경은 인공 열대림 ‘아마존’을 안내하던 중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사는 라르스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라르스가 지상으로 돌아간 뒤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두 사람은 다시 연결된다. 라르스가 구한 어린 야생 동물을 어떻게 보살펴야 할지에 대해 이경에게 조언을 구하면서다.
소설은 서로 다른 세계에서 외롭게 지내던 두 청춘의 연결에 초점을 맞춘다. 눈사태에 휩쓸려 실종된 라르스를 구조하는 과정에서도 동물의 신경계에 연결해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이경의 연결 능력이 중요하게 쓰인다.
풋풋한 로맨스를 다루지만 소설의 방점은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 환경 보호의 중요성에 찍힌다. 라르스는 이경에게 지상 개척의 조심스러움을 설명하며 “구세계가 저질렀던 오만과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반복할 순 없으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신중하게 검토한다고 강조한다. 다른 지상 대원 중 한 명은 “인간도 겸손하게 지구상의 자리를 꼭 필요한 만큼만 차지해야 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인류를 구하듯, 인간과 자연의 연결이 끊기면 지구는 언제라도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배 작가는 사랑을 통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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