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전쟁 이래 최대 규모 교전
삐삐 폭탄·지휘관 암살 후 연일 격화
"이스라엘 목표, 하마스→헤즈볼라"
미국, 레바논 내 자국민 대피 권고도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대규모 무력 충돌을 반복하며 아슬아슬한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힘을 뺀 이스라엘이 이제는 '헤즈볼라 무력화'에 초점을 두며 최후통첩을 날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헤즈볼라도 이에 맞서 대(對)이스라엘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어 중동 전면전 위기가 끝없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삐삐 폭탄' 이후 격렬해진 충돌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날 오전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지역을 향해 로켓 약 100발을 퍼부었다. 최소 3명이 다쳤고, 한 10대 소년은 공습 경보 소리로 일어난 교통사고 탓에 숨졌다고 TOI는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몇 시간 동안 발사체 115발을 이스라엘 북부 민간인 지역을 향해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곧바로 대응 공격에 나섰다며 "현재 헤즈볼라 테러 조직에 속한 표적을 타격하고 있다"고 알렸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하이파 인근 방위산업체 시설을 타격했다. 앞선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워키토키) 동시다발 폭발 사건에 대한 보복"이라며 공격 사실을 인정했다. 양측의 이번 교전은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래 최고 수위로 평가된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긴장감은 지난 17, 18일 헤즈볼라의 통신 수단인 삐삐와 워키토키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한 사건 이후 급격히 치솟았다. 총 39명이 숨지고, 3,200명 이상이 다친 이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은 함구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의 비밀 작전이라는 건 기정사실이다. 지난 20일에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한 아파트를 공습해 '헤즈볼라 2인자' 이브라힘 아킬을 살해하기도 했다. 당초 아킬 한 명을 노린 '표적 공습'이었지만, 사망자 수는 어린이 3명·여성 7명을 포함해 45명까지 늘어났다. 이 가운데 숨진 헤즈볼라 지휘관은 1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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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베이루트 공습 직후 "우리의 목표는 명확하며 행동으로 말한다"는 짧은 성명을 냈다. 하마스를 1순위 섬멸 대상으로 삼던 이스라엘이 최근 헤즈볼라로 목표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해석했다. 약 1년간의 가자 전쟁으로 하마스가 약화하자, 헤즈볼라를 굴복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 "이스라엘은 군사력과 정보력 우위를 활용해 헤즈볼라에 암묵적인 최후통첩을 날리고 있다"고 짚었다.
오랜 기간 충돌해 온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가자 전쟁 발발 후 산발적 교전을 거의 매일 주고받았다. 그러나 이번 충돌에서는 그간 유지된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리나 카티브 선임연구원은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전쟁 이후) 18년간의 상호 억제는 이제 '이스라엘의 일방적 우위'라는 새 단계로 나아갔다"며 "헤즈볼라의 '침투 불가능한 조직'이라는 외관은 산산조각 났다"고 NYT에 말했다.
물론 헤즈볼라도 보복 공습을 이어가는 등 쉽게 물러서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전면전 가능성 확대에 있다. 미국 국무부는 21일 레바논 내 자국민들에게 "상업적 선택지(항공권 구매)가 남아 있는 동안 레바논을 떠날 것을 촉구한다"며 대피를 권했다. 에어프랑스, 튀르키예항공, 에게항공 등은 베이루트행 항공편을 취소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이스라엘, 다른 전선 공세도 지속
이스라엘은 하마스 공격도 이어가고 있다. 21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머물던 알자이툰 학교를 미사일로 공격한 뒤 "하마스 지휘통제센터 내부에서 활동하던 테러리스트들을 정밀 타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린이 13명 등 최소 2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무차별 공격'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의 서안지구 지국도 이날 이스라엘군 급습으로 폐쇄됐다. 알자지라는 복면을 쓴 이스라엘 군인들이 서안 라말라 사무소를 습격해 폐쇄를 명령하는 모습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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