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오늘부터 시작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들을 확인시켜 줄 스모킹 건을 찾겠다며 '김건희 국감'을 공언했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시켜 '이재명 국감'으로 맞불을 놓겠다고 한다. 정부의 정책과 예산 집행을 점검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자리여야 할 국감이 올해에도 진영 간 극한 대결의 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거두기 어렵다.
여야는 관련 의혹들에 대한 증인·참고인 채택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의석수를 앞세워 명품백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총선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 총선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영선 전 의원, 선거전략가 명태균씨,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등도 증인으로 의결했다. 김 여사와 관련된 증인·참고인은 중복된 경우를 포함하면 100명에 이를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겨냥해 노규호 전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부장을,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에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선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 등을 불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건희 대 이재명' 또는 '현 정권 대 전 정권' 구도는 지난 대선과 총선을 앞둔 2021년과 2023년 국감과 판박이다. 당시에도 선거를 의식해 확인되지 않은 의혹과 폭로가 난무하면서 민생과 무관한 정쟁 국감이 됐다는 질타를 받았다. 여야가 이에 아랑곳없이 구태를 반복하는 것은 김 여사 의혹을 겨냥한 특검법과, 내달로 다가온 이 대표의 1심 선고를 염두에 둔 진영 결집을 위한 정치적 목적이 크다.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수단인 국감에 여야 간 정쟁이 개입될 여지는 있다. 그렇다 해도 민생·안보 등과 직결된 국정은 팽개친 채 정략적 활용에만 몰두한다면, 국회의 신망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3년째 '야당 심판론 대 정권 심판론', '문 정부 책임론 대 윤 정부 실정론'을 반복 중인 국감이야말로 우리 정치가 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국감 무용론에 정치권이 할 말이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