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판 나토·선택적 부부 별성 등
자민당 총재 선거 때와 달라진 입장
"현실 노선 수정"… "장점 퇴색" 비판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조기 총선(27일)을 앞두고 잇따른 말 바꾸기로 비판 대상이 됐다. 지난달 27일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때 발표한 자신의 공약을 총리 취임 이후 계속 뒤집고 있어서다. 자민당 안팎에선 이시바 정권 슬로건인 '납득과 공감'에 맞지 않아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중의원 해산 예정일을 하루 앞둔 8일 참의원 본회의에 참석, 자신의 대표 공약인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질의에 "하루아침에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총리 취임 전인 지난달 27일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 기고한 기고문에서 "아시아판 나토 창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과 온도 차를 보인 것이다. 아시아판 나토는 북한·중국·러시아의 군비 증강에 대응하고자 제안한 안보 공약이지만, 전쟁 수행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헌법에 어긋나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경제·사회 분야 공약도 뒤로 물러섰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부부가 다른 성(姓)씨를 사용하도록 하는 '선택적 부부 별성 제도' 도입 관련 질의에 "여러 의견이 있어 각계 의견이나 국회 논의 등을 근거로 더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선택적 부부 별성 제도는 일본 국민 다수가 찬성하지만, 일부 자민당 지지자들은 반대한다. 이시바 총리는 총재 선거 때 찬성 입장이었는데 이를 바꾼 셈이다.
이시바 총리는 금융소득세 강화 공약도 "현시점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할 생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시바 총리는 총선을 앞두고 보수표 결집을 고려해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아시아판 나토나 선택적 부부 별성 제도 등 (각종 정책에 있어) 전 정부(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입장에 접근한 현실 노선으로 수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계속된 말 바꾸기로 이시바 총리의 장점이 퇴색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집권하기 전 정권을 강하게 비판해 일본 국민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시바는) 자민당 정권을 비판하고 총리에게 직언했기 때문에 지지율이 높았던 것"이라며 "언행 불일치로 반발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이시바 총리의 오락가락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며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전날 이시바 총리를 향해 "자민당을 바꾸기 전에 총리가 먼저 바뀌었다"고 꼬집었다.
이시바 총리는 야당의 '변절 총리' 지적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야당이 '총리가 중의원 해산 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던 기존 주장을 뒤집었다'며 날을 세우자 "국민이 새 내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변절했다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고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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