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보노 자서전 'SURRENDER 서렌더'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 록 밴드 U2가 10년 전 발표한 ‘아이리스(Iris)’는 리드싱어 보노(64∙본명 폴 휴슨)가 1974년 작고한 어머니를 기리며 쓴 곡이다. 그는 이 곡에 대해 “14세에 어머니를 잃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 맞지만, 이제 그 나이가 되면 잊을 때도 된 것 아닌가"라고 말하며 자학한다. 상실의 트라우마를 겪었던 14세 소년에 오래도록 멈춰 있었다가 이제서야 상처를 치유했다고 털어놓으면서. 보노가 U2의 일원으로 발표한 40곡을 실마리 삼아 지난 60여 년의 삶을 이야기하는 자서전 ‘SURRENDER 서렌더’의 한 대목이다.
2016년 겨울, 8시간에 걸친 심장 수술을 받았다고 처음 밝히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책의 40번째 이야기는 신생아 폴이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세상 밖으로 나오는 장면으로 끝맺는다. 집을 나서 밴드를 만들고 사회 운동을 하며 전 세계를 다닌 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구성이다.
회고록에 가까운 이 책에서 보노는 미국 애리조나 공연 전 정치적 도발로 살해 위협을 받고선 잔뜩 겁먹은 채 노래했다는 일화, 너무 달달한 ‘팝송’처럼 들려서 폐기할 뻔한 ‘With or Without You’를 음악가 겸 배우인 친구의 조언 덕에 되살렸던 기억 등 U2 활동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전한다.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성깔을 부리는 못된 부모가 될 때가 있었다”는 등 가정생활과 사회활동 등에 관해서도 서술한다.
조연으로 등장하는 넬슨 만델라, 밥 딜런, 프린스, 데이비드 보위, 스티브 잡스, 버락 오바마 등과 관련한 일화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진지한 내용 사이로 수시로 웃음을 자아내는 글맛도 좋다. “승리를 거두는 유일의 진리는 바로 항복하는 것”이라면서 “놓아버리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고 말하는 노장 음악가의 성찰은, 슈퍼스타인 동시에 평범한 인간인 보노의 내면에 다가가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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