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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리스크' 쏟아낸 韓, 외면한 尹... 공멸 재촉하는 '빈손'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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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리스크' 쏟아낸 韓, 외면한 尹... 공멸 재촉하는 '빈손' 만남

입력
2024.10.22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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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 후 양측의 엇갈린 반응... 한 측 "대통령 반응 용산에 물어라"
대통령실은 브리핑도 입장도 없어... "당정 하나 되기로 합의"
당정 갈등 격화 우려... 일각선 "꼭 한동훈에게 즉답해야 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81분 동안 대면했다. 하지만 정국의 뇌관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풀어낼 접점은 찾지 못했다. 한 대표는 공언한 대로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을 포함한 ‘3대 요구’를 전달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전례 없이 브리핑을 취소하며 윤 대통령의 반응을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사실상 ‘빈손' 만남에 그치면서 당정관계 악화를 넘어 여권 전체가 공멸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면담을 가졌다. 자리에는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유일하게 배석했다. 앞서 두 사람은 대통령실 참모들과 10분간 산책하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렸지만 거기까지였다.

면담 이후 양측 모두 생경한 반응을 보였다. 한 대표는 김 여사와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의혹사항에 대한 설명 및 해소 3가지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이 전했다. 박 실장은 “한 대표는 나빠지고 있는 민심과 여론의 상황, 이에 따른 과감한 변화와 쇄신 필요성을 말했다”며 “(3대 요구 외에) 특별감찰관 임명 진행 필요성, 여야의정 협의체의 조속한 출범 필요성을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 대표 측은 이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반응이나 입장에 대해선 함구했다. 박 실장은 “(한 대표로부터) 전달받은 바 없다”며 “대통령실에 취재해 달라”고만 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말을 많이 했지만 어떤 내용이라고 전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대표의 각종 요구에 제대로 답을 하지 않고 회피한 것으로 비치는 대목이다.

대통령실은 아예 입을 닫았다. 그 흔한 서면브리핑도 없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면담에서 대화 주제 제한 없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안다"며 “헌정 유린을 막아내고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정이 하나가 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 측 설명과는 동떨어진 내용이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와 관련한 3대 요구 외에도 왜 이 사안이 문제인지 민심을 상세하게 전달했다고 한다.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서는 그간 여야 대치상황을 불발의 원인으로 삼았다면 이제는 당정이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 같은 문제제기와 질문에 "구체적으로 확인된 의혹은 없지 않느냐"는 취지로 적극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입장이 자신이 강조해온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정 지지율이 동시에 하락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당정 갈등을 봉합하고 국정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이날 면담은 성과 없이 끝난 모양새다. 이에 여권에서는 향후 당정 관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한 대표의 3대 요구에 대해 윤 대통령이 제대로 호응하지 않으면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또다시 국회를 통과할 ‘김건희 특검법’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회 표결과정에서 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이탈표'가 늘어나 야당 주장에 가세하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다만 윤 대통령이 민심과 여론에 대한 입장을 조만간 밝히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한 대표가 3대 요구를 면전에서 제기했다고 해서 대통령이 바로 문제를 풀어 제출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면서 "한 대표에게 전달받은 민심과 관련해 복합적인 입장을 국민들과 나눌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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