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헌민주당·국민민주당 약칭 '동일'
민주당 써낸 표, 득표수 비례해 배분
일본 유권자들이 오는 27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비례대표 투표 시 '민주당'이라고 적을 경우, 어쩌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표를 주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국처럼 투표용지의 해당 칸에 표기하는 식이 아니라, '투표하려는 후보·정당 이름을 직접 적어야 하는' 일본의 선거제도 탓이다. 현재 약칭으로 '민주당'을 사용하는 정당은 두 곳이다.
25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은 비례대표 투표 약칭 정당명 조정을 위해 논의해 왔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양당은 평소 '민주당'을 약칭으로 사용한다. 이번 총선의 약칭 역시 '민주당'이라고 신고했다. 일본 공직선거법에 '복수 정당이 동일한 약칭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규정은 없어 가능했던 일이다.
2019년까지 두 정당의 약칭은 달랐다. 그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입헌민주당은 '입헌(리켄)', 국민민주당은 '민주당'으로 각각 신고했다. 그러나 두 당은 이듬해 입헌민주당으로 합당했고, 약칭을 민주당으로 결정했다. 문제는 합당 반대 세력이 입헌민주당에 합류하지 않고 국민민주당 재창당과 함께 기존 약칭인 '민주당'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불거졌다. 2021년 10월 중의원 선거부터 두 당은 모두 '민주당'을 약칭 당명으로 쓰고 있다.
일본은 선거 때 투표하려는 후보자와 정당명을 자필로 직접 투표용지에 적어야 한다. 틀리게 적으면 무효표로 처리된다. 비례대표 투표는 전체 당명이든 약칭 당명이든, 올바르게만 쓰면 유효표로 인정된다. 아사히는 "두 당 약칭이 같아 유권자 사이에서는 '헷갈린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전했다.
'입헌'이나 '국민' 문구 없이 '민주당'만 적힌 표의 셈법은 복잡하다. 일단 '민주당'으로 별도 집계한 뒤,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의 각 당 비례대표 득표수에 비례해 배분한다. 예를 들어 110표 중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민주당으로 적은 표가 각각 70표, 30표, 10표일 경우, '민주당 10표'를 7대 3 비율로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에 나누는 식이다. 2021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적힌 363만 표는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에 각각 296만 표, 67만 표씩 할당됐다. 유권자의 실제 '표심'과는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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