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문재인 정부 때는 '북한 비핵화' 고집
공동성명에 '비핵화' 표현 생략 사태까지
윤석열 정부 들어선 '한반도 비핵화' 강조
핵무장 여론 및 대북강경 노선 경계한 듯
한국과 미국의 외교·국방장관이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공동 안보 목표로 명시했다. 다만 우리 측 장관들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표현을 사용, 양국 간 '비핵화'에 대한 미묘한 입장 차를 보였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제6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갖고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 장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심화를 강력 규탄하고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을 주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지속적인 공약 의지도 담겼다.
다만 조 장관과 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규탄하면서도 비핵화라는 말은 하지 않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전날 양국 국방장관의 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 '비핵화'라는 표현이 사라진 데 이어 2+2회의 공동성명과 모두발언에서 한미 양측의 표현 차이가 드러난 셈이다.
문재인 정부 때는 미국이 '북한 비핵화', 한국이 '한반도 비핵화' 고집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는 대상 범위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비핵화 대상으로 북한에 집중하지만, 후자는 전체 한반도를 포함한다. 이 표현을 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과의 첫 2+2 장관회의인 2021년에도 충돌했다.
당시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북한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으며, 북한이 미국과 동맹에게 광범위한 위협을 줄이고 북한 주민을 포함한 한국인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반면 정의용 당시 외교부 장관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굳건한 안보 기반의 최선의 외교적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며 다소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이 같은 의견 차로 인해 공동성명에는 '한반도의 비핵화' 또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 자체가 담기지 않았다.
물론 이번 2+2 장관회의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에선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뒤바뀌었다. 비핵화 대상으로 북한을 강조했던 블링컨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를, 대화와 포괄적 대북접근법을 강조하던 한국 정부는 정권교체 후 '북한 비핵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미국의 입장 변화에는 윤석열 정부 들어 제기되는 자체 핵무장론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2+2 장관회의 공동성명에도 "국제비확산체제의 초석인 핵확산금지조약(NPT)상 의무에 대한 오랜 공약도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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