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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한 尹, '125분 프리스타일' 기자회견... 너무 솔직히 드러난 '민심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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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한 尹, '125분 프리스타일' 기자회견... 너무 솔직히 드러난 '민심 괴리'

입력
2024.11.07 16:30
수정
2024.11.0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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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자료도 안 보고 거침없이 답변 계속
"앞으로 부부 싸움 많이"... 쏟아진 파격 발언
"제 처를 악마화" 여전한 인식도 적나라 노출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아침에 일어나보면 5시, 6신데 (아내가) 안 자고 엎드려서 제 휴대폰을 놓고 계속 답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미쳤냐. 지금 잠을 안 자고 뭐 하는 거냐···.'

윤석열 대통령

7일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의 신중한 처신을 위해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하겠냐'는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은 대뜸 "앞으로 부부싸움을 많이 해야 될 것 같다"는 말을 꺼내더니 "오늘 시간 많이 들여 하기로 했으니 짧게만 안 하고 말씀드리고 싶은 얘기를 하겠다"며 발언을 이어나갔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처신 문제를 '개인용 휴대폰'을 계속 사용하는 본인에게 있다고 강조하며 대선 후보 시절 일화를 소개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급기야 "하여튼 저하고 통화하신 분 손 들라고 하면 무지하게 많을 것"이라고 말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고 있는 건지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날 125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복잡한 계산은 내려놓고 오직 솔직함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작심한 듯, 기자들이 던진 26개의 질문에 한풀이처럼 긴 답변을 이어갔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통화 녹취와 관련 '여론 조작' '공천 개입' '창원 산단' 세 가지 의혹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질문엔 9분 가까이 해명을 했다. 민감한 정치 현안 질문에도 사전 준비 자료 참고 없이 마치 '뒤가 없는 듯' 말을 쏟아냈다.

시작부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아니었다. 대국민 담화문을 읽기 전 "물을 좀 마시고 해야겠다"며 잔을 집어든 윤 대통령의 얼굴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담화 중 "국민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부터 드리겠다"며 기립해 고개를 숙일 때까지도 계속 굳은 표정이었다.

거침없는 답변 태도는 '일문일답' 이후 시작됐다. '이른바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의 본질이 개인적 감정의 문제가 아니냐'고 질문한 기자의 이름을 언급하며 "언론도 많이 도와달라"며 너털웃음을 짓거나, 하락 일변도인 국정 지지율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도중엔 '1인 상황극'을 연상케 하는 화술도 구사했다.

작정한 대로 속마음을 털어낸 윤 대통령 본인은 만족스러운 눈치였지만, 회견장의 분위기는 날카로웠다. 답변 과정에서 문제의 본질을 비껴난 변명성 발언이 길어지는 상황이 잦았고, "침소봉대는 기본으로 제 처를 악마화한다" "영부인이 대통령이 원만하게 잘 하기를 바라는 일을 국정농단이라 한다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는 등 여전히 민심과 괴리된 대통령의 부적절한 인식을 보여주는 발언이 적나라하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윤 대통령의 답변 태도에 회견 후반부에는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에 대해서 사과한다는 거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돼서 팩트를 가지고 다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회피했다.

당초 이날 회견은 시간 제한 없는 '무제한 끝장토론' 성격으로 예고됐지만, 먼저 끝을 알린 건 윤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은 질의응답 진행 중 정오를 갓 넘긴 시점 정혜전 대변인을 향해 반말로 "이제 하나 정도만 하자. 목이 아프다"며 종료 신호를 보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후로도 4개의 질문을 더 받았고, 담화가 시작된 시점으로부터 총합 140분이 지난 후에 임기 반환점 맞이 기자회견은 종료됐다.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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