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폼 쉽게 찍는 성수동 무인 스튜디오 '맥썸'
미니멀메이즈, LG유플러스 사내벤처로 출발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맛집과 카페가 다수 몰린 서울숲길 근처 골목에 '맥썸(makesome)'이란 이름의 스튜디오가 있다. 흔히 '인생네컷'으로 유명해진 무인 사진 촬영 스튜디오처럼 보이지만 알맹이는 다르다. 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시작해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등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는 짧은 길이의 세로 영상, '쇼트폼'을 쉽게 찍을 수 있는 공간이다.
26일 이곳에서 쇼트폼을 찍어 봤다. 이용자들은 홀로그램과 호리존1, 셔터가 내려진 뒷배경이 있는 스튜디오 중 원하는 공간을 골라 들어간 후 앞의 키오스크형 기기가 알려주는 대로 영상을 촬영한다. 올해 한국프로야구(KBO)에서 우승한 기아 타이거즈의 아웃송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삐끼삐끼'와 올해 틱톡을 뒤흔든 '티라미수 케익' 등 유행 댄스 챌린지를 고르면 영상 속 모델이 어떤 춤을 춰야 하는지 시범을 보여준다. 영상을 찍은 뒤 마음에 안 들면 여러 차례 시도할 수 있다.
댄스 챌린지 외에 여러 명이 모여 두 개의 선택지를 놓고 왼쪽과 오른쪽에 서서 의견을 표시하는 '밸런스 게임' 영상도 쉽게 찍을 수 있도록 기본 틀을 제공했다. 촬영을 마치는 즉시 영상은 QR코드로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할 수 있고 영상에서 마음에 드는 장면을 뽑아 사진으로 인쇄도 가능하다. 따로 마련한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면 영상을 쉽게 관리할 수 있고 보너스 할인 쿠폰도 준다.
'삐끼삐끼 챌린지' '밸런스 게임' 누구나 찍을 수 있게
'맥썸'을 설치해 운영하는 기업은 '미니멀메이즈'. 4월에 갓 출범한 스타트업으로 LG유플러스의 사내벤처 지원 프로그램을 통과해 독립한 기업이다. 25일 만난 조영훈 미니멀메이즈 대표는 어린 조카가 쇼트폼 댄스 챌린지 촬영을 원하는 것을 보고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SNS 콘텐츠의 트렌드가 사진에서 영상으로 바뀌었다"면서 "(영상) 비전문가라도 쇼트폼을 찍고 싶어 하는 수요가 확대되리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쇼트폼이 유행하면서 챌린지 모습을 찍기 위해 스튜디오를 빌려주는 업체들은 많지만 맥썸은 누구나 쉽게 찍을 수 있는 쇼트폼을 노리고 편의성을 앞세웠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은 정재림 대표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이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업장 형태를 구축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SNS와 영상 플랫폼에서 맥썸을 쓴 영상들을 찾아보면 해외 관광객이 찍은 영상을 업로드한 사례도 보인다. 그만큼 방문과 이용이 쉽다는 뜻이다. 11월 성수동에서 K팝 아이돌 그룹의 팝업스토어에서도 미니멀메이즈의 쇼트폼 촬영 키오스크가 자리를 잡았는데 방문객들이 영상을 부지런히 올렸다.
LG유플러스, 액셀러레이터 통해 육성 지원
맥썸이 현재 서비스 중인 쇼트폼은 이미 유행하는 음악과 인기 챌린지들이지만 두 대표는 매장을 늘려 가면서 새로운 챌린지를 유행시키는 진원지 역할도 맡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조 대표는 "최대한 다양한 지식재산(IP) 콘텐츠를 찾아 쇼트폼 형태로 '챌린지화(化)'가 가능하도록 제안하려 한다"면서 "삐끼삐끼의 성공 사례를 보고 스포츠 팀들과 협업도 욕심내고 있다"고 말했다.
미니멀메이즈는 2022년 LG유플러스 전략투자담당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에 뽑혔고 벤처투자육성팀이 연결한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육성업체) 와이앤아처의 멘토링을 거쳤다. 사내벤처임에도 사업성을 검증받는 과정은 혹독했다. LG유플러스가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마련한 오프라인 팝업 전시 공간 '일상비일상의틈byU+' 등에서 여러 차례 팝업을 차리며 시장 반응을 살폈다.
사내사업으로 이어갈 가능성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독립을 결정한 건 미니멀메이즈를 위한 판단이었다는 게 LG유플러스 쪽 설명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늘 젊은층을 공략하는 참신한 신사업을 원했기에 미니멀메이즈는 매력적이었다"면서도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서비스에 적용해야 하다 보니 차라리 분사해 외부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협업 기회를 찾는게 나을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 1 호리존
- 주로 인물 촬영을 목적으로 벽과 바닥 사이의 경계를 보이지 않도록 매끄럽게 연출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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