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에너지장관에 석유기업 CEO 지명… 재무장관 인선은 '막후 암투'

'기후변화는 사기 공개 발언 물의'
크리스 라이트 리버트에너지 CEO
재무 인선 두고 강온 갈등 표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4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행사에 참석해 있다. 팜비치=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에너지부 장관에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했다. 리버티에너지는 미국 석유기업으로, 이번 인선은 트럼프 당선자의 '화석연료 생산 확대' 계획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의 초점인 재무장관 인선을 두고는 막후 암투가 확산되는 기류다.

"'셰일 혁명' 기여한 선구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원유 시추기 모습. 2021년 11월 촬영된 사진이다. 로스엔젤레스=AFP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라이트를 차기 행정부 초대 에너지장관으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자는 "라이트는 미국 '셰일 혁명'을 시작하는 데 기여한 선구자 중 한 명"이라며 "에너지부 장관으로서 혁신을 주도하고 번거로운 절차를 없애는 리더가 될 것"이라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트럼프 당선자의 '탈(脫)기후위기 대응' 행보 일환인 것으로 풀이된다. 라이트는 그간 공개적으로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화석연료 생산 및 사용을 지지해 왔다. 2019년에는 환경오염 논란이 있는 셰일가스 추출용 수압파쇄법(프래킹)이 안전하다며 공법에 사용되는 액체를 직접 마시는 기행까지 보였다. 재집권 시 석유 증산을 예고했던 트럼프 당선자가 국가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에너지부 장관직에 '극단적인 친(親)화석연료' 인사를 지명한 셈이다. 로이터는 "라이트 지명자는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을 극대화하려는 트럼프 당선자의 계획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재무장관 관련 지저분한 싸움"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4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행사에 참석해 있다. 팜비치=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2기 행정부’ 재무장관 인선을 둘러싼 인수위원회 내부 갈등은 과열되는 양상이다. 당초 유력 후보자로 거론됐던 스콧 베센트 헤즈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 지명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공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의 신임을 듬뿍 받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날 엑스(X)를 통해 하워드 러트닉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 CEO를 차기 재무장관으로 공개 지지했다. 2024 대선 레이스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며 중도 사퇴했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도 이날 러트닉의 재무장관 지명 필요성을 주장했다.

'베센트 대 러트닉' 경쟁 구도는 트럼프 인수위 내 '강온 갈등'을 보여 준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짚었다. 베센트는 △세제 개편 △정부 예산 삭감 △보호무역 강화 등 트럼프 당선자 계획에 비교적 온건한 접근 방법을 선호하는 반면, 러트닉은 강경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이미 베센트를 향한 신임을 내비친 상황에서, 머스크 등 인수위 강경파가 반기를 드는 상황이라고 한다. WSJ는 "최근 며칠간 트럼프 인수위 내에선 재무장관을 누가 맡을지 지저분한 싸움이 비공개로 진행됐다"며 "(머스크의 러트닉 공개 지지 등으로) 이 갈등이 대중에게 공개된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