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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인구 복합위기 시대에 국가 물환경 대전환이 필요하다

입력
2024.11.20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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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엑스코에서 13일 열린 '대한민국 국제 물주간 2024' 개회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엑스코에서 13일 열린 '대한민국 국제 물주간 2024' 개회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15일 대구에서 ‘대한민국 국제 물 주간’(Korea International Water Week) 행사가 열렸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연설과 강연에서 강조한 공통 키워드는 역시 '기후변화'였다. 실제로 지난여름 지속적인 폭염, 최근까지 이어진 따뜻한 11월 등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공감하는 데 충분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6도로 2018년(25.3도)을 제치고 역대 1위에 올랐다. 기온이 높아지면 수온도 올라가는데, 섭씨 25도 이상 고수온 조건에서 녹조가 다량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일부 녹조에는 조류독소를 함유하는 유해 남세균(harmful cyanobacteria)이 존재하여 수계 수질에 큰 위협이 된다. 올해 수도권 2,600만 명의 식수원인 팔당호에서 201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유해 남세균이 높은 수로 관측됐다. 현재의 정수처리 기술로도 조류독소에서 수돗물을 안전하게 관리가 가능하지만 최악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도 미래의 식수원을 보호할 수 있는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반면 고수온으로 악화된 수질의 식수원으로부터 생산된 수돗물 내 소독부산물에 대해서는 지금 바로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식수원에 녹조와 같은 유기물이 많으면 염소소독 과정에서 염소 투여량이 증가하고 이 과정에서 트리할로메탄(THMs·trihalomethanes)과 같은 소독부산물의 농도가 증가할 수 있다. THM은 발암성 물질로 인체 위해성 관리 측면에서 수도꼭지 말단에서의 모니터링을 증대하고 정수처리 과정에서 소독부산물 저감을 위한 관리 강화가 요구된다.

기후변화가 가속되면서 비정상적인 집중강우에 의해서 수질오염물질이 하천이나 호수로 예상치 못한 양으로 유입되고, 그 뒤에 이어지는 비정상적으로 지속적인 폭염으로 녹조 발생과 같은 수질 악화는 현재보다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많은 국내외 전문가가 예측하고 있다. 2022년 비정상적인 집중강우로 인한 도심침수 피해와 호남지역의 극한 가뭄을 겪으면서 이번 정부는 대심터널이나 기후대응 댐 등의 수량적인 대응을 적극적으로 해 오고 있다. 최근 발생하는 홍수, 가뭄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물공급 안정화, 대체수원 확보, 물순환촉진법 시행 등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국가 물환경 정책의 경우는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전반적 점검과 장단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녹조 대발생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돗물 안전성을 답보하기 위해서는 전국의 정수처리시설을 모두 고도화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녹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수계로 유입되는 오염부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녹조 저감을 위해서 오염관리를 지금 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수질오염총량제를 통해서 법·제도는 마련되어 있고 2022년 기준 하수도 보급률은 95%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급이지만, 오염수의 처리율은 OECD 국가들의 평균 수준에 머물러 있다. 낙동강의 녹조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수질오염총량제와의 연계성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강우 시에 미처리되는 하수 및 비점오염이 수계로 유입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농업지역에서 발생하는 비료, 축산분뇨에서 기인하는 비점오염의 유입 최소화를 위한 규제 강화 및 관리 고도화가 되어야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물환경 개선은 지자체와 농업분야에서 자발적으로 참여 없이 규제 강화만으로는 실현이 어렵다. 물환경 개선과 연계해서 지역-환경 상생 혹은 농업-환경 상생의 지역활성화 사업 발굴과 지원을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하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담수의 취수율이 높을수록 가뭄과 같은 위기에 취약해진다. 한국의 담수의 취수율은 85.22%로 OECD 국가들의 평균이 21.44%인 점을 볼 때 대한민국은 물스트레스가 매우 큰 국가이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따르면 물 공급 중심의 정책에서 물 절약과 재이용의 수요 중심 정책으로 전환이 명시되어 있다. 현 정부가 대체수자원 확보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후변화 적응력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물순환 건전성 회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물 공급 관리와 더불어 물 수요 관리 정책의 강화 또한 요구된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깨끗한 물공급을 위해서 노후 상하수도관로를 대상으로 정비사업을 지속 추진 중이며, 수돗물 위생관리를 강화해 왔다. 그럼에도 시민 생명을 위협하는 싱크홀 발생의 많은 경우가 노후된 상하수관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반침하에 선제적 대응을 위한 노후 상하수도 정비에 지속적인 투자 확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에 비해서 인구가 소멸되는 농업 중심의 소도시들은 재정 건전성이 취약하여 노후시설 관리를 위한 투자는 줄고 기후위기에 취약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인구소멸의 복합위기 시대에 물관리 서비스의 지역 불균등은 이미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의 행정구역 단위의 개별적인 정책에서 유역 단위의 통합적 정책 기조로의 전환을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


박준홍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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