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유죄 불구, ‘위증교사’ 무죄에 환호
‘네버 다이’ 서사에… ‘檢 희생양’ 이미지까지
형 확정 시기가 변수… 유죄 땐 치명적 결과
'재판 지연' 전략 검토… "확정 가능성 0.1%"
편집자주
여의'도'와 용'산'의 '공'복들이 '원'래 이래? 한국 정치의 중심인 국회와 대통령실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의 뒷얘기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탑승한 민주당 대권 열차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처럼 출렁였습니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유죄 선고로 곤두박질쳤던 열차는 25일 위증교사 무죄 선고가 나오자 중력을 거스르며 다시 상승했습니다. 여의도와 서초동에선 탄식과 환호가 현기증이 날 정도로 교차했습니다.
한바탕 일을 치렀으니 문득 궁금해집니다. 이 대표 입장에서 보자면 '1승 1패'의 결과인 셈인데요. 그렇다면 두 번의 선고 이후 지금 대권 열차는 어디에 서있을까요? 한 번 내려갔다가, 한 번 올라왔으니 15일 이전과 같은 자리일까요? 민주당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위증교사 무죄가 앞선 유죄 덮고도 남아"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두 차례 선고 결과에 대해 '오히려 좋다'는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비록 무죄를 예상했던 공직선거법 재판에서는 징역형 유죄(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를 받았지만, 오히려 유죄를 걱정했던 위증교사 재판에서는 무죄를 받았으니 말이죠. 실제 한 의원은 "위증교사 무죄를 받은 이득이 공직선거법 유죄로 받은 피해를 만회하고도 남는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대표는 현재 5가지 재판을 받고 있지만, 민주당에선 이 중에서 2027년 대선 전까지 나올 수 있는 재판은 공직선거법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에 불과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발생 가능한 사법리스크는 이미 다 나왔고, 그 대미에 '무죄'라는 마침표를 찍은 것이죠.
정무적으로 보면 어떨까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처럼, 유죄를 먼저 선고받은 게 이득이 된 모양새입니다. 민주당은 선고 전 김건희 특별검사법 재표결, 채상병 국정조사 추진, 검사 탄핵 안 발의 등 대여 공세 일정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선고 결과에 따라서 일정에 영향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죠. 실제 유죄 선고 이후 10일간 민주당의 기세가 한풀 꺾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죄가 나오자 민주당은 곧바로 반격을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연대'는 기다렸다는 듯 기자회견까지 열었습니다. 이제 주말마다 열리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 촉구 장외집회에선 '탄핵' '퇴진'이라는 구호가 더 선명하게 나올지 모릅니다. 게다가 이 대표가 무죄를 받았으니 '방탄용 집회'라는 의심도 덜어낼 수 있게 됐고요.
"이재명 네버 다이(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 서사도 재현됐습니다. 당 안팎에선 "드라마도 이렇게 쓰면 욕을 먹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의 예측불가 각본입니다. 심지어 이번 드라마 주인공인 이 대표는 '정치 검찰'과 맞서 싸운 '희생양' 이미지까지 챙겼습니다. 이번 선고 이후 당내에선 지난해 국회 체포동의안 국면이나 올해 초 부산에서 겪은 살인미수 사건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말 그대로 '죽다 살았다'는 것이죠. "진짜 뭐 하나 편하게 가는 법이 없다"고 대표실 관계자는 푸념했지만, 강성 지지층이 이 대표에게 더 빠져들게 만드는 영웅 서사이기도 합니다.
무죄면 '날개', 유죄면 '공멸'… 형 확정 언제?
이제 남은 건 항소심입니다. 특히 유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사건이 중요합니다. 1심대로 확정된다면 이 대표의 피선거권은 10년간 박탈되고, 민주당은 선거 보전비 434억 원을 반납해야 합니다. 법원 분위기도 좋진 않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공직선거법 재판과 관련해 법에 적시된 '6·3·3(1심은 6개월 안에, 2·3심은 3개월 안에 선고)' 규정을 준수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2심은 내년 봄에, 3심은 내년 여름에 나오게 됩니다. 무죄가 나오면야 날개를 달겠지만, 만에 하나 또 유죄가 나오면 이 대표는 대권 열차에서 하차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 대선을 코앞에 두고 형이 확정이 확정된다면, 플랜B가 없는 민주당도 공멸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6·3·3 규정에 대해 “사실상 훈시규정에 불과하다”며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중진 의원은 “내년 봄 항소심이 나올 가능성은 0.1%”라는 과감한 예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내년 초 법원인사, 4월 재보선, 여름휴정기 등을 고려하면 빨라야 내년 가을에 나온다는 것이죠. 율사 출신 한 의원도 이런 시나리오에 “굉장히 현실가능성이 높은 얘기”라고 맞장구쳤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공직선거법 재판 중에서 3년 넘게 진행되는 사건도 부지기수”라고 거들었습니다.
법원에 정치적 운명을 맡기는 것보다 직접 재판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실제 민주당 내에서는 그런 아이디어가 거론됩니다. 위헌법률심판이 그것이죠. 위헌법률심판은 헌재가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서 그 효력을 없애주는 제도입니다. 구체적으로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에 대해 재판부에 위헌법률제청신청을 하고, 재판부가 제청 여부를 결정해 헌재에 제청서를 송부하게 됩니다. 핵심은 재판부가 제청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은 중단되게 됩니다.
아예 이 대표에게 적용된 법을 바꿔버리는 방법도 거론됩니다. 판사 출신의 박희승 의원은 이 대표 1심 무죄 선고 전날과 당일, 공직선거법에서 허위사실공표죄를 없애고, 당선무효형 기준을 현행 1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높이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습니다. ‘법 시행 전 죄의 벌칙 적용은 종전 규정에 따른다’는 부칙이 있어 이 대표 재판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법이 통과될 경우 이 대표 재판에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다만 이 대표가 실제로 이런 수단들을 모두 구사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한 변호사는 "그간 공직선거법으로 재판받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위헌법률심판을 몰라서 안 했겠느냐"며 "개정안 역시 '위인설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립성 상실' 비판을 받는 검찰의 수사·기소, 피고인의 권리인 위헌법률심판, 정치인이라면 공감할 만한 공직선거법 개정 필요성 등 거론된 수단들의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방안들이 지지층 결집을 넘어 중도층의 마음까지 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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