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등 '휘발성' 큰 이슈도 '잠잠'
'민생' 강조하지만 '당게' 논란에 '발목'
"정년연장 얘기 잘못 꺼냈다가 프랑스에선 정말 큰일이 났다. 그만큼 중요한 주제다. (중략) 일하고 싶으면 계속 일할 수 있게 정년연장 등을 제도개혁 하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 격차해소특별위원회의 '정년연장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격차해소특위는 현행 60세인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년 초 발의하기로 했다. 2033년엔 연금 수령 연령이 65세가 되는데 이때 5년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만 60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내용의 고용촉진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10년 만에 정년을 늘리는 셈이다.
정년연장은 노후 빈곤 문제와 청년 일자리 문제 등 세대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휘발성이 큰 이슈다. 하지만 집권여당의 대표가 총대를 메고 직접 나섰는데도 여론은 시큰둥하다. 이달 초 처음으로 추진 계획이 나왔는데 협의 파트너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렇다 할 반응이 없는 상태다.
한 대표가 제기한 정책 이슈가 묻힌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 달 새 △재정준칙 도입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을 꺼냈지만,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 및 이재명 대표 1심 판결 등에 묻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에서 '한동훈' 관련 기사 1,000건의 연관어를 분석해보면 △윤석열 대통령(126.23) △당원 게시판(95.2) △민주당(66.45) △친윤(63.7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48.32) 등 정무적 성격의 단어가 상위권을 차지한다. 정책적 연관어는 △특별감찰관(42.85) △여야의정 협의체(18.13)에 그쳤다.
앞서 한 대표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유죄 선고 사흘 뒤인 18일 "너희는 더 나으냐는 국민 질문에 우리가 더 민생을 챙기고 변화와 쇄신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민생 드라이브는 도통 걸리지 않고 있다.
당원 게시판 논란에 민생 드라이브 안 걸려… 정치적 고립도 문제
대신 '당원 게시판'을 둘러싼 논란이 여당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친윤석열(친윤)계와 친한동훈(친한)계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자중지란의 모양새다. 당 관계자는 "한 대표 가족이 연루된 예민한 이슈인데, 납득할 만한 해명이 나오지 않다 보니 무슨 얘길 하더라도 게시판 논란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일 사태가 확산하며 서로를 저격하고 있다.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채널A 유튜브에서 김건희 여사 고모인 김모씨가 한 대표에 대해 "벼락 맞아 뒈질 집안" 등 저주를 했다고 지적하며 "저흰 이런 것 갖고 문제를 안 삼는다"고 했다. 반대로 친윤계에선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올린 당원 게시판 글이 포털사이트에서도 발견됐다며 업무방해에 대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출구 없는 대결 양상으로 흐르자 한 대표가 정치적으로 고립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과 관계가 소원한 데다 당내에서도 여전히 비주류 신세다 보니, 정부·여당의 뒷받침이 필요한 민생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원내 관계자는 "재정준칙 도입도 뜬금없는 시점에 별다른 상의 없이 나온 얘기"라며 "정무적 주장과 달리 정책 이슈는 주장하는 것만으로 탄력 받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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