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북한군 러시아 파병' 질문에… 북한 "북러 조약 충실할 것" 간접 시인

주유엔 북한 대사, 안보리서 돌직구 질문에 당황
황준국 "러시아 비호 속 한층 대담한 핵개발 우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가 지난 9월 30일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79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가 27일(현지시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북한이 한층 더 대담하게 핵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김 대사는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의 '간단히 묻겠다.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배치했느냐'라는 돌직구 질문을 받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김 대사는 "북한과 러시아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은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완전히 부합한다. 북한은 이 조약에 따른 의무를 충실히 유지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즉답을 피하는 대신, 우회적으로 파병을 시인한 셈이다.

이에 앞서 김 대사는 이날 본발언에서도 "북한과 러시아는 국제법과 유엔헌장에 완전히 부합하는 조약에 따라 정치·경제·군사·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양자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며 "북한은 양국 국민의 근본적인 이익을 수호하고 안보에 기여하면서 국제 정의를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히 키슬리차 주유엔 우크라이나대사는 김 대사 발언을 '싸구려 통속 소설'이라고 비판했다. 키슬리차 대사는 오른편에 착석한 김 대사를 쏘아보면서 "북한 대표의 눈을 직접 보고 말하기 위해 자리를 지켰다"며 "머지않아 당신과 당신의 지도자는 심판받을 것이고, 당신 나라 사람들은 자유로워져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도 경고 목소리를 냈다. 황 대사는 "북한·러시아의 공모가 장기화하면 유엔헌장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근간이 심각히 훼손될 것"이라며 "북한이 핵 관련 첨단기술도 전수받을 가능성이 있어 심히 우려되고, 러시아의 비호하에 북한은 한층 더 대담하게 핵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국제사회와 협력해 우리 국가 안보에 대한 어떤 위협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며, 북러 군사 협력 진전에 따라 단계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