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가족이 윤석열 대통령 비방글을 올렸다는 의혹을 두고 벌이는 여당 내분이 노골적인 비방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른바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논란이다. 안팎으로 엄중한 시기, 집권당이 국민을 앞에 두고 벌이는 싸움이 가히 공멸을 자초할 수준이라는 데 놀라게 된다.
한 대표 측근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김건희 여사 고모가 한 대표 가족의 게시판 글 작성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고 “벼락 맞아 뒈질 집안”이라고 저주했다고 했다. 친윤계 공격에 반격카드로 꺼낸 것이다. 친윤계 전 최고위원은 한 대표의 아내 진은정 변호사가 신분을 속이고 2017년 비공개 맘카페에서 특검팀 꽃바구니 보내기 운동을 주도했다며 “여론조작”을 거론했다.
양측 모두 눈앞의 감정 외엔 외부 시각을 의식조차 안 하고 있으니 이보다 한심할 수 있나. 국민 삶은 어려운데 대통령과 여권 2인자 간 집안 충돌을 지켜보라는 게 아닌가. 날것의 공격 문구를 공개 언급하는 자체가 여당 권위를 스스로 허무는 일이다. 핵심 쟁점은 너무나 단순하다. 게시판 글을 누가 썼느냐다. 당대표 가족 명의 글이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됐다면 한 대표가 몰랐는지, 알았는지, 말하면 된다. 당대표로서 지지층에 도의적 문제가 있었다면 정치적으로 사과하면 될 일이다. 친윤계 역시 설사 한 대표 가족이 썼다고 해도 자유민주주의 정당에서 이를 색출하는 게 맞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만 한 명이 여러 사람을 활용했다면 명의도용죄 또는 ‘여당발 드루킹 사건’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친윤계 권성동 의원이 김건희 여사 특검과 연계하면 명백한 해당행위라 경고한 걸 보면 이 사태가 여권 전체의 입지를 흔들 위험으로 비화하는 중이다. 실제 친윤계는 내달 10일 예고된 특검법 재표결 표단속에 들어간 상태다. 한 대표가 측근에게 ‘중대 결심’을 언급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국민 다수가 요구하는 특검법이 여당 내 권력투쟁의 공격 무기로 활용되는 자체가 막장으로 가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느 모로 보나 이해할 수 없는 장면투성이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국민이 지켜본다는 것을 여당은 무겁게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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