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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휴전'의 반작용?... "네타냐후, 가자지구선 휴전 안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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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휴전'의 반작용?... "네타냐후, 가자지구선 휴전 안 할 것"

입력
2024.11.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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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 "가자지구 휴전, 더 요원해졌다" 분석
"헤즈볼라 불패 신화 깼고, 인질도 없어 휴전"
인질 붙잡은 하마스, 강경 노선... 협상력 유지
이 극우 "가자 완전 점령을... 휴전 절대 안돼"
"네타냐후, 트럼프에 '묘지의 침묵' 선사할 듯"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휴전 첫날인 27일 레바논 피란민들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지역으로 돌아오고 있다. 다히예=AP 뉴시스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휴전 첫날인 27일 레바논 피란민들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지역으로 돌아오고 있다. 다히예=AP 뉴시스

"이스라엘-레바논 휴전으로 가자지구의 평화는 더욱 요원해졌다. 레바논에서 타협한 뒤, (이스라엘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는 가자지구에서 여유를 더 잃어버렸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휴전 합의가 발효된 2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중동 정세와 관련해 이같이 진단했다. 이번 휴전이 자지구에서 13개월간 지속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중단으로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국제사회의 기대감은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오히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세 수위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레바논 전쟁 목표 수준, 가자 전쟁보다 낮아"

'가자지구 휴전'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보는 외신은 가디언만이 아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날 비슷한 취지의 분석 기사를 내놨다. 레바논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기본 시각, 전쟁 목표 등이 애당초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의 휴전에 합의한 이유 중 하나는 '인질 부재'에 있다. 가자지구에 약 100명의 이스라엘인 인질을 억류 중인 하마스와 달리, 헤즈볼라는 인질을 데리고 있지 않다. NYT는 "헤즈볼라는 협상 테이블에서의 영향력을 잃었기 때문에 휴전이 가능했다"며 "(반대로) 하마스는 인질을 붙잡고 있어 가자에서의 (휴전) 돌파구를 마련하는 건 더 어렵다"고 짚었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 연구원은 FT에 "네타냐후는 하마스와는 협상할 수 없는 바로 그 이유로 (헤즈볼라와) 협상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게다가 이스라엘군은 대규모 공습과 지상전을 통해 헤즈볼라의 '불패 신화'를 깨뜨렸다. 헤즈볼라 세력 약화에 성공했고, "레바논 내부 권력 재편 가능성이 있다"(FT)는 평가까지 나오는 만큼 굳이 더 이상 전쟁을 이어갈 이유가 없다. FT는 "헤즈볼라는 하마스가 아니다. 완전히 파괴할 수 없다"(워싱턴 싱크탱크 야코프 아미드로 연구원)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하면서 "이스라엘의 대(對)헤즈볼라 전쟁 목표는 (원래부터) 가자에서보다 낮은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하마스도 휴전 협상에 쉽게 나서지 않을 공산이 크다. NYT는 "지난달 16일 수장 야히아 신와르 사망 이후 하마스는 현재 5인 통치 체제인데, 이들도 신와르의 강경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미 지난해 심각한 타격을 입은 하마스가 갑자기 인질을 풀어주거나 가자에서의 권력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27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 대학생들이 레바논 및 팔레스타인 국민과의 연대를 위한 집회를 하며 '미국 및 이스라엘 상품 불매 운동' '미국에 죽음, 이스라엘에 죽음'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사나=EPA 연합뉴스

27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 대학생들이 레바논 및 팔레스타인 국민과의 연대를 위한 집회를 하며 '미국 및 이스라엘 상품 불매 운동' '미국에 죽음, 이스라엘에 죽음'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사나=EPA 연합뉴스


"네타냐후, 극우·트럼프 딜레마 속 가자 공세 강화"

이스라엘 내부 정치적 측면에서도 '가자 휴전'은 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연정 내 극우 인사들은 가자 내 유대인 정착촌 재건 등 이스라엘의 '완전 점령'을 주장한다. 외신들도 "극우파는 '하마스와 휴전할 경우 정부를 전복시키겠다'고 네타냐후에게 경고한 것과 달리, 헤즈볼라와의 휴전 논의에선 그런 위협을 하지 않았다"며 "이것이 레바논과 가자의 최대 차이"라고 전했다. '가자 합병론자'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우리는 가자를 정복할 수 있고, 정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네타냐후 총리도 휴전의 방해 요인이다. '가자지구 합병'을 주장하는 극우파가 휴전에 반발해 연정이 붕괴되면 형사 재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프랑스의 '지원 사격'을 받아 기세등등해지기까지 했다. 최근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네타냐후 총리와 관련, 이날 프랑스 외무부는 "이스라엘은 ICC 회원국이 아니기에 기소 면책 조항이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출범도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을 부추기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가디언은 "트럼프는 네타냐후에게 내년 1월 20일(취임일)까지 종전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네타냐후로선 트럼프와 이스라엘 극우파 간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자에 무자비한 공세를 강화함으로써 트럼프에게 '묘지의 침묵'이라는 평화를 선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군은 실제 27, 28일에도 가자지구를 맹폭했으며, 24시간에 걸쳐 최소 33명이 숨지고 134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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