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건 못 갖춘 채 계엄 남용… 절차 위반도"
'6인 헌재' 이어지면 결정 부담… 변수 될 듯
더불어민주당 등 6개 야당이 4일 공동 발의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하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전날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과정에서 헌법과 계엄법을 위반한 흔적이 다수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3명이 공석인 '6인 체제'라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후임 재판관 선출과 임명이 늦춰지면 헌재의 최종 판단도 늦게 나올 수밖에 없다.
이날 발의된 탄핵소추안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밀어붙이면서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무 등을 저버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비상계엄 발령권을 남용하고 국회 통고 절차를 무시해 계엄법을 위반했으며, 군과 경찰을 불법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는 등 내란죄를 저질렀다는 점도 적혔다.
헌법은 대통령이 직무집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하면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을 파면하려면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가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박탈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수준이어야 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요건이 성립되지 않은 비상계엄 선포' '법적 절차 무시' '계엄 선포 후 발표된 포고' 등이 탄핵심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무회의를 제대로 거쳤는지 의문인 데다 국회 통고도 건너뛰었다"며 "포고문 1호 내용 가운데 입법부를 겨냥한 대목과 전공의 복귀 명령 등은 계엄법상 특별조치권에 포함되지 않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계엄 선포 직후 국회에 군경을 투입한 점도 국회 기능 무력화를 시도한 헌법 위배 행위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헌법·법률 위배 행위의 중대성 역시 인정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헌재 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헌정 질서를 수호하라고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을, 기본권을 제한하고 헌법 기관(국회)의 권능을 정지시키기 위해 사용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측에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당일 받아들인 점을 들어 항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권한행사라는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비상계엄 상태가 장시간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중대성 부분에 대해선 판단이 엇갈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헌재는 곧바로 사건을 접수해 심리에 착수해야 한다. 재판관 9명 중 3명이 공석이지만,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탄핵심판 과정에서 신청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헌재가 인용하면서 '6인 체제'로도 심리는 가능하다.
다만, 탄핵심판이 인용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현재로선 재판관 전원일치로 결론이 나와야 한다. 헌재도 '6인 체제'로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아, 공석이 채워질 때까지 결정을 미룰 가능성이 있다.
국회 선출 몫인 재판관 3명과 관련해, 여야는 민주당 2명에 국민의힘 1명 추천 방식엔 합의했지만, 최종 후보자와 인사청문회 일정은 확정하지 못했다. 국회가 재판관 3명을 선출하면 임명은 윤 대통령이 해야 한다. 탄핵소추안 의결로 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면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넘겨받아 행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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