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꼼수' 교체했다. 이틀 전 비상계엄 실패 이후 비판여론을 의식한 경질 인사로 비칠 수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사태 주동자에 대한 편의를 봐준 격이다. 이날 인사는 김 전 장관의 국회 국방위원회 출석 직전 이뤄졌다. 무모한 계엄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야당과 언론, 국민들이 잔뜩 벼르고 있었지만 윤 대통령이 돌연 면직 처리하면서 그는 국회 출석을 거부하고 사라졌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해 면직 재가했다"고 밝혔다. 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한 첫 사례다. 앞서 내각의 국무위원들과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지만 아직 대기 상태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전 장관은 이번 계엄을 기획하고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실제 실행한 인물로 지목돼 왔다. 군 내부 사조직으로 비판받는 '충암파'의 좌장으로 통한다.
이에 '꼬리 자르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 일각에서 계엄의 책임을 물어 김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자진 사임 형식으로 정리했다. 윤 대통령이 징계성 조치인 해임을 굳이 피한 건 ‘비상계엄은 잘못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정략적이다. 김 전 장관이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하기로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김 전 장관은 국방위에 출석의 뜻을 밝힌 상태였다. 전날엔 "본인은 비상계엄과 관련한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며 유감도 표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인사조치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면직 처리된 김 전 장관은 국회 출석을 거부했고,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김 장관의 사표 수리로, 면직이 재가돼 국방위 출석 의무가 없어졌다"고 전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과 관련해 공개적으론 유감을 표했지만 속내는 달랐다. 그는 한국일보를 비롯한 국내 여러 매체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하겠다"는 식으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육군사관학교의 신조탑에 새겨진 사관생도 신조를 인용한 것이지만, 비상계엄이 정의였다는 억지주장을 늘어놓은 것이다.
김 전 장관은 이날 별도 이임식도 없이 국방부 청사로 출근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야당에선 김 전 장관의 도피 의혹을 제기했고, 검찰은 윤 대통령의 계엄 사태로 내란죄로 고발된 김 전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김 전 장관은 늘 야당과 국회를 업신여겼다. 지난 10월 국방위에서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문제를 묻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의원님이 창피할 것 같다. A, B, C도 모르고 질문하시는 것 보니까 정말 너무하신다”라고 비아냥댔다. 9월에는 민주당 의원이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답변 태도를 지적하자 "군복을 입고 할 얘기를 못 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엄호하며 장애인을 비하하는 욕설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 경호처장 시절인 지난 2월 카이스트 졸업생이 경호처 요원에게 강제 퇴장된 소위 ‘입틀막’ 사건을 비판하는 국회 야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대통령 경호는 국가 안위에 직결되는 문제"라며 "매뉴얼에 의해 합당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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