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20·30 취약계층 고도비만 당뇨병 환자에 위고비 보험 지원해야”

입력
2024.12.10 09:00
20면
0 0

젊은 당뇨 환자, 소득 낮으면 사망 위험 3배↑
당뇨병 전단계 300만 명…향후 젊은 당뇨 급증 우려
당뇨 예방하려면 인스턴트식품 줄이고 혼밥 말아야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가 5일 최근 급증하는 '젊은 당뇨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제공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가 5일 최근 급증하는 '젊은 당뇨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제공

“적어도 경제적 어려움에 놓인 20‧30세대 고도비만 당뇨병 환자에게라도 건강보험을 적용한 위고비 처방이 이뤄져야 합니다.”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는 5일 “경제적 여력이 없는 이들이 한 달에 40만~50만 원을 내고 비급여 약을 처방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위고비는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으로, 관련 비용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이날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에서 만난 그는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당뇨병 환자의 사망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면 그걸 어떻게 생활습관 등 개인의 책임으로만 생각할 수 있겠냐”며 “이러한 건강상 불평등‧불이익을 외면한다면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젊은 당뇨를 앓는 취약계층의 고도비만 환자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젊은 당뇨는 40세 미만 젊은 성인에서 생기는 당뇨병을 일컫는다.

실제 김 교수가 참여한 공동연구진이 지난달 ‘미국의학협회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젊은 층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당뇨병에 따른 사망위험 격차가 두드러졌다.

40세 미만 2형 당뇨병 환자 중 소득이 하위 3분의 1에 속하는 환자는 같은 나이대 소득 상위 3분의 1인 환자보다 사망위험이 2.88배 높았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과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도 마찬가지였다. 소득 하위층의 위험도가 상위층보다 각 1.41배, 2.66배 높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 20~79세 2형 당뇨병 환자 약 60만 명을 분석한 결과다.

반면 60세 이상인 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소득 하위층의 사망위험은 상위층을 1.26배 웃도는데 그쳤다. 김 교수는 “젊은 층에서의 사망위험 격차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라며 “이 정도 격차가 난다는 건 한국사회가 젊은 당뇨병과 관련한 정책 등에서 놓치고 있는 게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2형 당뇨병은 췌장에서의 인슐린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혈액 내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는 질환이다. 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을 만들어내지 못해 앓는 병이다.

그는 이어 “젊은 당뇨는 한국 사회에 시한폭탄과 같다”며 말을 이었다. “20‧30대 당뇨병 환자가 약 30만 명인데 그중 3분의 1은 고혈압, 3분의 2는 고지혈증이 있어요. 젊은 당뇨병 환자의 90%는 비만인 상태입니다. 건강관리를 잘 하지 않으면 심혈관질환 등 각종 합병증을 앓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에요.” 20‧30대 당뇨병 환자의 인지율(당뇨병 진단을 받은 비율)이 43% 정도로 낮은 것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데도 본인이 당뇨병 환자인 줄 모르고 사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으로, 노인 환자의 인지율(78.8%)의 절반에 그친다.

이와 함께 당뇨병 잠재적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당뇨병 전(前)단계인 이들이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것도 심각한 상황이다. 김 교수는 “20‧30대에서 혈당이 정상범위보다 높아 당뇨병 전단계로 구분되는 이들이 300만 명”이라며 “보통 당뇨병 전단계의 30% 안팎이 5년 내 실제 당뇨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젊은 당뇨병 환자가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뇨병의 대표적인 의심 증상은 다음·다식·다뇨다. 혈관에 있던 포도당이 소변으로 배출되면서 수분도 끌고 가기 때문에 소변량이 늘고, 소변으로 나간 수분량이 많아진 탓에 물을 더 많이 마시게 된다. 식사를 더 많이 하게 되는 건 포도당이 체내에 흡수돼 에너지원으로 쓰이지 못해서다. 김 교수는 “이런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병원에 들러야 하고, 비만‧고지혈증이 있거나 당뇨병 가족력이 있다면 사전에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며 “이른 나이부터 합병증을 앓게 되면 삶의 질이 크게 하락하고 조기 사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뇨병 초기부터 잘 관리하면 완치할 수도 있고, 나이가 들어서도 당뇨병으로 인한 고생을 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영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이 당뇨병 진단 후 체중을 15% 감량한 경우 당뇨병 증세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도가 덜한 환자의 경우엔 5~10%의 체중만 줄어도 당뇨병이 없어졌어요. 고도비만인 20‧30대 당뇨병 환자가 위고비 등 약제와 상담교육 등을 통해 몸무게를 줄일 수 있다면 관해 상태로 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관해는 질환의 증상이 호전되거나 소멸된 상태를 말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올라가 앓게 되는 2형 당뇨병 예방‧관리를 위해선 생활 습관 교정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바쁘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라면 등 인스턴트식품을 많이 먹는데 라면만 해도 칼로리가 밥 한 공기의 두 배에 해당한다”며 “과도한 칼로리 섭취는 당뇨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가 즐기는 제로칼로리 음료 역시 건강에 그리 좋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해당 음료에 함유된 감미료가 식용 중추를 자극하고, 칼로리 섭취가 적었다는 심리적 위안감에 다른 음식을 더 많이 먹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는 젊은 당뇨를 예방‧관리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승강기를 타는 대신, 계단을 직접 오르락내리락하는 식으로 문명의 이기(利器)를 덜 활용하는 게 좋다”며 “‘혼밥’을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혼자 밥을 먹으면 식사를 빨리 하게 되고, 영양분 흡수도 빨라져 혈당도 빠르게 올라갑니다. 몸에 무리가 가는 거예요. 반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식사하면 영양분이 천천히 흡수되고 혈당이 빠르게 치솟는 혈당 스파이크도 막을 수 있죠.”

변태섭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