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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 위기관리 정부체계, 조속히 작동시켜야

입력
2024.12.10 11:15
수정
2024.12.1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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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난국 타개를 위해 국민적 지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치우치지 않는 여론 형성에 기여해 온 한국일보는 각계 전문가들이 보내온 다양한 의견과 수습 방안을 온라인에 전문 게재키로 했습니다. 다양한 견해와 의견이 소개되는 만큼 기고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차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제418회국회(정기회) 제20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비상계엄 사태 관련 질의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조지호 경찰청장,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차관), 김 직무대행, 김종철 병무청장, 강환석 방위사업청 차장. 뉴스1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차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제418회국회(정기회) 제20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비상계엄 사태 관련 질의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조지호 경찰청장,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차관), 김 직무대행, 김종철 병무청장, 강환석 방위사업청 차장. 뉴스1

불법 비상계엄으로 국정이 혼란해지고 국가와 국민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실현될 것인지 언제 실현될 것인지 예측이 어렵다. 정치는 비상계엄 가담자 처벌과 탄핵 문제라는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다. 비상계엄 가담자 처벌과 탄핵이 중요한 문제이지만, 간과하고 있는 것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국가의 안정을 회복하고 국가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기는 것이 지금 당장에 있어서는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불법 비상계엄의 주도자가 되어 행정기능이 마비되고 있다. 대통령의 행정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어 있는데, 국무총리의 권한대행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고, 권한대행을 위해서는 탄핵이 정답이지만, 문제는 탄핵이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행정권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면 국가경제와 민생에 당장 피해가 쌓여갈 것이다. 조속히 위기관리정부체계를 만들어 가동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위기관리정부의 구성과 운영의 문제는 법치주의 원리에 따라 해결하여야 한다.

행정법학자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초유의 사태인 현 상황을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자면, 탄핵 추진과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문제를 동시에 투 트랙으로 추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내란죄와 관련하여 대통령이 사실상 권한 행사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정부체계가 어떻게 작동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시적인 법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입법의 불비이고, 입법의 공백이다. 입법에 공백이 있는 경우에는 법원리에 따라 헌법정신, 관련 법규정 및 조리에 따라 해결하여야 한다.

대통령이 불법 비상계엄을 통해 내란죄를 주도한 게 명백한데도 대통령이 계속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국군통수권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 대통령이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반하여 입법과 사법과 행정을 통합한 독재자가 되려고 한 것은 입법권과 사법권의 견제를 받는 현행 헌법하의 대통령직을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행정법리에 따르면 유죄판결을 받기 전에도 직무와 관련된 중대한 범죄의 혐의가 있는 경우에는 공무원을 직위에서 해제하는 것이 법의 일반원칙이다. 중요한 공권력 행사를 중대한 범죄 혐의자에게 맡길 수는 없다.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효이다. 즉 불법 비상계엄을 통해 내란죄를 주도한 대통령에게 국군통수권을 부여하고, 수사의 대상이 된 대통령에게 수사기관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인정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행정은 중단 없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은 공법 원칙이다. 대통령이 사실상 권한 행사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위기대응에 필요한 대통령의 권한을 최소한으로라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탄핵의결 전까지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법적 또는 사실상 대행하는 방법을 모색해봐야 한다. 나아가 현 상황을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로 보고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을 인정하는 것도 검토해봐야 한다.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경우에는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대행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여 공시하여야 한다. 다만, 문제는 국무총리가 선출직이 아니므로 민주적 정당성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국무총리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및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의 단체인 정당과 협력하여야 한다. 대통령이 사실상 직위해제된 것과 같은 상태인 현재에는 여당도 없고, 야당도 없다고 봐야 하므로 정부는 모든 정당과 협력하여야 한다.

정부는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정치적 중립의 위기관리정부로서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불법 비상계엄으로 망가진 정부기능을 민주법치주의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복원해냄으로써 우리나라의 민주법치능력을 세계에 보여주어 실추된 국가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오히려 더욱 높이는 전화위복의 결과를 이루어내야 한다.


박균성 전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은?

서울대 법학과 학사·석사,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학 졸업(법학박사).

현재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법제처 자체평가위원회 위원장, 국회 입법지원 위원 등 국내 공법·행정법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행정법론> <행정법강의> <정책, 규제와 입법> 등이 있다.

박균성 전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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