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담화에서 간첩행위 사례로 제시
헌재 탄핵 심리 대비, 보수 우파 결집 호소 분석도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담화에서 드론으로 부산에 정박 중인 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하다 적발된 중국인들을 언급해 해당 사건이 새삼 주목되고 있다. 자신의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려는 논리 구축의 일환으로 이 사건을 끄집어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지금 거대 야당은 국가안보와 사회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면서 중국인 유학생 사건을 예로 들었다. 지난 6월 25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정박 중인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를 드론으로 불법 촬영하던 중국인 유학생 3명이 순찰하던 군인에게 붙잡힌 사건이다.
부산경찰청은 현재 이들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압수한 휴대폰과 노트북의 자료 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호기심에 촬영했다"고 진술했지만 다른 항공모함과 잠수함 등을 상당 기간 동안 찍은 정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촬영한 사진 규모, 이들의 휴대폰에서 나온 중국 공안으로 추정되는 전화번호 등에 대해 조사 중이라 구체적인 사실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 사건과 지난달 드론으로 국정원을 촬영한 40대 중국인을 거론하며 "현행 법률로는 외국인의 간첩행위를 간첩죄로 처벌할 길이 없어 관련 조항을 수정하려 했지만 거대 야당이 완강히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간첩죄가 규정된 형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불만으로 읽힌다. 간첩죄 적용 범위를 현행 '적국'에서 북한을 제외한 중국 등 외국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 소위를 통과했지만 국민의힘은 야당이 부정적 입장으로 선회해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외국인 간첩죄 조항 수정은 대통령 자신이 발의할 수도 있고 여당을 통하거나 정부 발의로도 가능하다"며 "그 숱한 시간 동안 아무런 문제 제기도 않다가 이제 와서 그러는 것은 비상계엄의 사후적 논리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국회 탄핵안 통과 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 관련 수사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보수 우파 결집을 겨냥했다는 시각도 있다. 지역 정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반공, 반북, 반중국 정서를 가지고 있는 보수 우파 결집을 위한 일종의 호소 메시지"라며 "외교적 관계 자체를 아예 염두에 두지 않고 지지자들만 생각하는 사고에서 나온 발언들"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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